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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및 정책활동

[성명서] 서울시는 시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라 '서울시네마테크' 원안 복귀와 공론장 즉각 개최를 촉구한다

by 한국독립영화협회 2026. 3. 5.

 

 

서울시는 시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라 '서울시네마테크' 원안 복귀와 공론장 즉각 개최를 촉구한다

 

서울시는 영화계·시민사회와 15년간 쌓아온 민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서울시네마테크'라는 이름도 그 기능도, 약속했던 공론장도 이행하지 않은 채 2026년 3월을 맞이했다. 영화인연대는 이 문제가 특정 영화인 집단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서울 시민의 문화적 권리와 직결된 사안임을 분명히 밝힌다.

 

15년의 약속, 그리고 일방적 파기

 

서울시네마테크 건립 사업은 2010년부터 영화계·시민사회가 서울시와 함께 추진해 온 공공 문화정책이다. 청책토론회, 실무 TF, 국제설계공모, 건립준비위원회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인 민관 협의 구조를 통해 고전·유산·독립·예술영화를 보존하고 누구나 열람·상영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서울 시민의 영화도서관'을 만들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2023년 서울시는 이 모든 합의를 영화계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뒤집었다. 사업명은 '서울시네마테크'에서 '서울영화센터'로 바뀌었고, 건립준비위원회는 사전 설명 없이 해산되었다. 필름 아카이브·시민 열람실·연구 교육 공간 등 시네마테크의 핵심 기능은 약화되거나 삭제되었다. 15년간 영화인과 시민이 함께 쌓아온 합의가 어떠한 공개적 토론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시네마테크는 '마니아 공간'이 아니다

 

시네마테크는 단순한 상영관이 아니라, 영화 자료를 수집·보존·복원하고 연구와 열람을 가능하게 하며, 세대 간 문화적 기억을 이어가는 도시의 공공 아카이브다.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볼로냐의 치네테카 디 볼로냐, 바르셀로나의 필모테카 데 카탈루냐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은 민간의 자발적 영화문화운동에서 출발한 시네마테크를 지방정부가 장기적으로 지원하여 공공 문화시설로 발전시켜 왔다. 이를 '마니아 공간'으로 축소하거나 상업적 기준에 따라 정체성을 바꾸는 것은 시민의 문화권을 축소하는 행위다.

 

서울영화센터, 스스로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다

 

서울시는 서울영화센터로의 변경 과정에서 'OTT 시대에 아카이브는 필요 없다'고 주장했고, 한국영상자료원과의 기능 중복도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현재 서울영화센터의 상영 프로그램은 OTT와 유튜브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들로 채워져 있으며, 영상자료원 프로그램과의 실질적 차별성도 설명된 바 없다. 무엇보다 국립 기관인 영상자료원과 시립 시네마테크는 역할이 다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있다고 서울시립도서관이 필요 없지 않듯, 서울만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시민과 직접 만나는 시립 시네마테크는 그 자체로 고유한 공공 인프라다. 서울시 스스로의 논리가 스스로의 운영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내세웠던 다른 약속들도 돌아보자. '산업 기능 강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가. '시민 개방'이 단순히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충분한가. '예비 영화인 지원'이 무료 대관 행사로 빈 시간표를 채우는 것에 그친다면, 그것은 지원이 아니라 실적 쌓기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시네마테크를 포기하며 내세웠던 대안들이 지금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시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서울시는 '평균 예매율 90%', '전석 매진 작품이 잇따른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관람객 수와 현장 점유율에 대한 투명한 공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백억 원의 시민 세금이 투입된 공공 문화시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기능 부전' 상태에 있다.

 

역설적이게도, 서울시가 강조했던 '산업 기능'은 시네마테크 원안이 훨씬 잘 수행할 수 있었다. 희귀 필름과 미발매 자료, 고전 원본을 열람할 수 있는 아카이브는 예비 영화인과 현업 창작자들에게 OTT로는 대체할 수 없는 실질적인 창작 인프라다. 전 세계 시네마테크 네트워크와의 연결을 통한 해외 희귀작 상영 교류, 국제 영화인 교류 역시 시네마테크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산업 기능이다. 나아가 서울시네마테크는 오!재미동, 영상미디어교육센터 등 인근 영화·미디어 교육 인프라와 연계하여 아카이브 열람에서 창작 교육까지 이어지는 유기적인 생태계의 거점이 될 수 있었다. 시네마테크 본래의 독립·예술영화 전용 상영 기능은 서울의 독립영화 생태계를 공공이 직접 뒷받침하는 핵심 역할이었으며, 작품과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상영 문화는 영화 비평과 담론의 토대이기도 하다. 커뮤니티시네마와 크고 작은 영화모임들이 모여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공 공간, 그것이 시네마테크가 도시에서 수행하는 또 하나의 고유한 역할이다. 서울시는 산업을 명분으로 시네마테크를 포기했지만, 정작 산업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독립영화 생태계와 비평·커뮤니티 문화 측면에서도 더 퇴보한 공간을 만든 셈이다.

 

더 넓게 보면 서울시 영화 정책 전반에 걸친 우려스러운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독립영화전용관과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예산은 지속적으로 삭감되고 있으며, 시민 참여적 미디어문화의 기반이었던 마을미디어 사업은 폐지되었다. 오!재미동·인디서울·독립영화쇼케이스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가 시민과 영화인들의 거센 항의 끝에 겨우 복원하는 일도 있었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 지원 영화제들의 예산은 30% 가까이 대폭 삭감하고, 지원 사업의 진행 창구를 서울영화센터로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예산을 삭감했으니 서울영화센터를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담당자의 발언은 기만적이다. 서울영화센터는 애초에 시네마테크로 설계된 공간으로, 영화제 본행사는 커녕 개막식조차 수용하기 어려운 협소한 규모이기 때문이다. 영화 창작의 기반과 향유의 기반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절차의 부재'다

 

서울시는 15년간 함께 논의해 온 영화계·시민사회에 사전 설명도 협의도 없이 사업의 명칭과 기능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공공정책의 최소한의 원칙인 투명성, 일관성, 책임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가 무료 개방 연장에 집중하는 동안, 시민들은 서울시가 장기적으로 서울의 영화 문화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답을 아직 듣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것이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최소한의 책무다.

 

이에 영화인연대는 서울시에 다음을 촉구한다.

 

 하나, 15년간의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합의된 '서울시네마테크'의 핵심 기능-필름 아카이브, 시민 열람실, 전용 상영관, 연구·교육 공간-을 온전히 복원할 구체적 방안을 즉각 제시하라.

 

 하나, 현행 서울영화센터의 운영 구조, 예산 집행 현황, 중장기 계획을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책 변경에 이르기까지의 의사결정 과정을 소상히 밝혀라.

 

 하나, 파기된 공론장 개최 약속을 즉각 이행하고, 영화인과 시민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 구조를 마련하라. 이것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서울시가 이미 한 약속이다.

 

시네마테크는 '한 공간'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이 어떤 도시가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며, 서울 시민이 답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영화인연대는 현재 서울영화센터의 현행 운영 체제와 협력하지 않으며, 서울시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그날까지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논의와 행동을 이어갈 것이다.

 

2026년 3월 5일

 

영화인연대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미술감독조합,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이사회,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 지역영화네트워크,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영화제정책모임,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여성영화인모임, 부산영화인연대 (이상 가나다 역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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