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대 및 정책활동

[논평] 운영 종료 번복이 남긴 의미 : 서울시 공공 시네마·미디어 문화정책을 다시 바라보다

by 한국독립영화협회 2025. 12. 23.

 

운영 종료 번복이 남긴 의미 : 서울시 공공 시네마·미디어 문화정책을 다시 바라보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오!재미동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 문화연대,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미디액트)는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의 운영종료 및 ‘인디서울’·‘독립영화 쇼케이스’ 사업 중단 결정이 재검토 끝에 번복된 과정이 지닌 의미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번 사안을 다시 검토하고 결정을 번복한 서울시의회와 관계 공무원들의 판단에 환영을 표합니다. 공공문화정책을 다루는 행정의 책임성과 기준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이미 행정적으로 추진되던 결정을 시민과 현장의 문제 제기를 바탕으로 재검토하고, 공공문화공간의 의미를 기준으로 방향을 조정한 이번 결정은 공공 행정이 어떠한 원칙 위에서 작동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번복은 오!재미동이라는 하나의 공간을 지켜낸 데에만 의미가 머무르지 않습니다. 공공 영화·미디어 문화공간과 정책은 단기적인 정책 판단이나 행정적 편의에 따라 중단·축소되기보다, 장기간 축적된 공공적 성과와 사회적 신뢰를 기준으로 다루어져야 함을 다시 확인하게 합니다. 지난 20여 년간 오!재미동이 시민들에게 문화적 쉼터이자 영상 창작과 향유의 거점으로 기능해 온 시간은 단기간의 성과 지표로 대체되기 어려운 중요한 공공 자산이며, 인디서울과 독립영화 쇼케이스 등 공공 영화·미디어 정책 사업의 중단 결정이 재검토를 거쳐 함께 번복된 과정 역시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개별 사업의 존폐를 넘어, 공공 영화·미디어 정책이 현장의 축적과 시민과의 약속 위에서 연속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어야 함을 환기시킨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번 사태는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서울시 영화·미디어 문화정책 전반에서 반복되어 온 문제적 흐름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적 약속의 이행이 지연되거나, 정책 환경의 변화 속에서 그 의미가 축소·변형되어 온 사례들이 누적되어 왔고, 오!재미동 운영종료 논의 역시 이러한 맥락 위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공공문화정책은 새로운 시설이나 사업의 출범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과거에 시민과 현장에 약속했던 정책적 방향과 공공적 책무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그 연속성과 신뢰가 유지되고 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공공 영화·미디어 문화정책은 개별 사안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 구조와 맥락 속에서 점검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시는 이번 일을 계기로 공공문화공간의 운영과 존폐에 관한 결정 과정 전반을 점검하고, 충분한 사전 논의와 공론화, 시민과 현장 당사자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기준을 보다 분명히 마련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공공문화공간이 축적해 온 역사와 사회적 약속이 향후 정책 변화 속에서도 존중되고 이어질 수 있도록, 보다 일관되고 책임 있는 행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서울영화센터(구 서울시네마테크)를 둘러싼 논의 역시 행정 내부의 판단에 머무르기보다, 공공의 문제로서 열린 공론장에서 다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과정에서 확인된 시민사회의 연대와 의회·행정의 책임 있는 판단이 공공문화정책 전반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공공의 가치는 위기의 순간에 시험받으며, 우리는 이번 결정이 서울시 공공 영화·미디어 문화정책이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2025년 12월 22일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오!재미동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미디액트)
문화연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