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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성평등위원회8

이달의 성평등 영화 5월 <미싱타는 여자들> 김정영, 이혁래 이혁래, 김정영(2022) 가난해서, 여자라서 공부를 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일에 뛰어들어야만 했던 여성들이 주를 이루었던 70년대의 평화시장 청계피복 노동자들이 있었다. 이들에게 평화시장은 너무나 고된 일터였다. 하지만 한편으론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끈끈한 유대감을 해 준 장소였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갈망하던 이들이 함께 투쟁했던 곳이기도 했다. 이숙희, 신순애, 임미경 세 인물을 중심으로 그들과 함께 청계피복 노동조합원으로 싸웠던 조합원들의 생생한 증언과 구술을 은 차분하고 담백하게 엮어간다. 청계피복 노동조합을 꾸려가던 이들에게는 삶터 그 자체였던 청계피복노조 노동교실을 사수하기 위해 농성했던 ‘9.9 사건’처럼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비롯하여 긴 세월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20.. 2023. 5. 3.
이달의 성평등 영화 4월 <까치발> 권우정 (2021) 권우정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 1년간 이어진 가슴이 철렁하던 순간들, 그리고 의사에게서 들은 한마디. “아이가 뇌성마비일 수 있어요.” 아이는 7살이 되어서도 여전히 까치발로 걷는다. 장애가 의심되는 아이를 바라보며 생기는 불안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감독은 다른 장애 자녀 엄마들의 이야기로 향한다. 그 모든 일을 먼저 겪은 그녀들의 이야기에서 불안을 해소할 답을 찾고자 한다. 그렇게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 멋있고 훌륭한 말들과 감동적인 이야기들은, 그러나 감독 본인의 불안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그저 또 하나의 남의 이야기로 머무를 것만 같았다. 영화와 삶이, 상담 치료와 촬영이 뒤섞인 은 그렇게 8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권우정 감독이 딸 지후와 함께 인지발달센터를 찾았을 때 이런 말.. 2023. 4. 5.
이달의 성평등 영화 3월 <채민이에게> 배채연 (2020) 배채연 2019년을 마치고 2020년이 될 때에, 나의 언니는 도미니카공화국에 있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어디에 있는지, 지도를 펼쳐도 언니가 사는 곳을 짚어내려면 머뭇거리느라 시간이 갔다. 언니와 나는 긴 주기로 이따금 메일을 주고받았다. 그때 그 편지가 다시 읽고 싶어서 메일함을 뒤적거렸다. 한국에서 스무 시간의 비행으로야 닿을 수 있는 곳에서 한국보다 열세 시간 느리게 살고 있다는 말로 언니의 편지가 시작했다. 붙어 살 때는 말도 안 되게 싸워댔던 언니와 나는 스무 시간의 비행이 필요한 거리를 두고서야 서로의 언어를 궁금해했다. 엄지와 검지로 구글맵을 한참 좁히면 드러나는 직선과 점선의 경계와 좌표. 측량하고 분석하고 편집해서 만들어낸 지도상의 축척과 규격들이 과연 어떻게, 어째서 유효한.. 2023. 3. 8.
이달의 성평등 영화 2월 <순영> 박서영 순영의 얼굴을 보며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어머니의 얼굴 말이다. 오랜 시간 부모의 간병을 해온 순영은 장례식 이후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애도의 시간, 회복의 시간, 사회로 복귀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은 없다. 순영에게 간병을 떠맡겨온 가족들은 부모의 죽음 이후, 이제는 하루빨리 순영이 제 몫을 해내길 바라며 순영의 등을 떠밀고 있기 때문이다. 순영은 알바를 구하기 위해 반찬가게에 면접을 보러 간다. 긴 시간 간병을 해온 순영에게 ‘그동안 뭐 했어요’라는 질문은 어쩐지 어렵게만 느껴진다. 직접 집에서 병수발을 해왔다는 대답을 해보지만 그동안 해온 돌봄 노동의 시간을 한 줄로 정의해 보니 어쩐지 보잘것 없이 느껴진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며느리, .. 2023.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