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2017) 김승희
올 한 해를 살아갈 채비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이런 것, 마음의 닻 같은 것. 겁도 걱정도 많은 내가 몸을 움직여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하고, 성실히 듣고, 목소리 내며, 듬직한 어깨동무 같은 것을 하기 위해. 묵직하게 버텨줄 마음의 닻이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것이 내가 해를 거듭하며 터득한 준비물이다. 외우다시피 하는 문장, 부적처럼 들고 다닐 일기장, 손 뻗으면 닿을 곳에 있는 커피, 신뢰하는 사람의 책장, 생활과 기록을 공유할 수단, 좋은 일 있을 때 떠올릴 얼굴. 살아갈 채비를 한다는 것은 다부진 마음을 갖추는 일이다.
올해의 준비물을 구비하며, 김승희 감독의 <심심>(2017)을 여러 번 본다. 볼 때마다 우는데, 거듭 울며 씩씩해지는 것만 같다. 다부진 마음으로 부디 용기 내어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심장을 꺼내 보여야 할 때면 망설임 없이 꺼내 너의 안으로 던져 넣을 수 있게 해달라고, 대상도 방향도 없이 바라고 구한다. 연초에 걸맞은 자세다.
<심심>에서 나와 네가 서로를 구하고 살리는 일은 달과 태양이 해면을 당기고 미는 일처럼 계속될 듯하다. 심심深心을 다해 올 한 해를 그렇게 살아보자고, 외우다시피 되뇌고 일기장에 적는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원 양나래 씀
<심심> 김승희 | 2017 | 애니메이션 | 3분
◾️ 시놉시스
역경 가운데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닿고자 한다. 이것은 어둠을 밝힌다. 그들은 일체감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채워줌을 느낀다.
◾️ 볼 수 있는 곳
-퍼플레이 https://purplay.co.kr/service/detail.php?id=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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