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성평등 영화 1월 <심심> 김승희
(2017) 김승희 올 한 해를 살아갈 채비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이런 것, 마음의 닻 같은 것. 겁도 걱정도 많은 내가 몸을 움직여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하고, 성실히 듣고, 목소리 내며, 듬직한 어깨동무 같은 것을 하기 위해. 묵직하게 버텨줄 마음의 닻이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것이 내가 해를 거듭하며 터득한 준비물이다. 외우다시피 하는 문장, 부적처럼 들고 다닐 일기장, 손 뻗으면 닿을 곳에 있는 커피, 신뢰하는 사람의 책장, 생활과 기록을 공유할 수단, 좋은 일 있을 때 떠올릴 얼굴. 살아갈 채비를 한다는 것은 다부진 마음을 갖추는 일이다. 올해의 준비물을 구비하며, 김승희 감독의 (2017)을 여러 번 본다. 볼 때마다 우는데, 거듭 울며 씩씩해지는 것만 같다. 다부진 마음으로 부디 용기 내어 ..
2024. 1. 4.
이달의 성평등 영화 10월 <명: 우린 같지만 달라> 김규림, 김민교, 박혜진
(2020) 김규림, 김민교, 박혜진 - 대안과 보편 사이에서 성평등을 말하기 2020년 겨울, 공공 영역에서 청소년 성소수자 미디어교육(문화예술교육)의 가능성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어떻게 해야 청소년 성소수자가 교육 환경 안에서 안전하고도 동시에 자유로운 미디어 표현과 매개를 할 수 있을까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 같다. 피드백은 어떠했나. 방향에 동의하지만, 그것이 정말 빠른 시일에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날카로운 질문을 받았다. 자신있고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2023년 가을, 나는 더 나이를 먹었다. 근묵자흑이라고, 어쩌다 공공 종사자의 보편적인 감정에 공감하게 된 것인지, 나는 조금 더 안전지향적이고 보수적인 사람이 되고 말았다. 솔직하게 말해 백래시에 지친 부분도 있고 말이..
2023.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