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서울영화센터의 현행 체제와 어떠한 협력도 하지 않을 것이다!
- 서울시는 서울시네마테크 원안 복구를 논의하는 공론장을 열어라!
우리는 서울영화센터(구 서울시네마테크)의 개관 및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심각한 절차적 문제와 정체성 훼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서울영화센터의 현 운영 체제와 어떠한 공식적 협력도 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서울영화센터 논란은 단순한 운영 방식의 갈등이 아니다. 서울시가 지난 15년 동안 영화계·시민사회와 함께 쌓아온 합의를 일방적으로 뒤집은 것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다.
서울시의 시네마테크 건립 사업은 2010년부터 공식적으로 추진된 서울시의 공공 문화정책이었다. 애초 이 사업은 민간에서 20년 넘게 비영리 목적으로 펼쳐오고 있는 시네마테크 활동을 공공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당시 서울시는 영화계와 협력하여 고전영화, 유산영화, 독립·예술영화를 보존하고 누구나 열람·상영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서울시민을 위한 영화도서관을 만들기로 약속했다. 이를 위해 영화계와 시민사회는 서울시와 청책토론회, 실무 TF, 국제설계공모, 건립준비위원회 등 여러 단계의 민관 협의 구조에 참여하였고 공동으로 계획을 논의해 왔다. 이 모든 과정은 서울시가 스스로 "특정 영화인이나 특정 단체가 아닌, 모든 시민을 위한 공공시설"임을 합의한 결과였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는 이러한 합의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서울시네마테크 건립준비위원회는 사전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해산되었고, 사업명은 '서울시네마테크'에서 '서울영화센터'로 변경되었다. 정체성이 바뀌자 시설 설계도 원안에서 크게 벗어났다. 필름 아카이브, 시민 열람실, 연구·교육 공간 등 시네마테크의 핵심 역할은 약화되거나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관객 교류 공간과 동선은 멀티플렉스형 상영관 구조에 가깝게 조성되었고, 영사 설비와 공간 구성도 시네마테크가 갖춰야 할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변경되었다.
무엇보다 중대한 문제는 서울시가 이러한 변경을 사업을 함께 논의해온 영화계와 시민사회에 충분히 설명하거나 협의하는 절차를 무시하고 진행했다는 점이다. 15년 동안 이어진 협력 구조를 시 스스로 무시한 채, 정책 방향과 시설 기능이 일방적으로 바뀐 것이다. 이는 공공정책의 최소한의 절차인 투명성, 일관성, 책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시네마테크는 단순한 영화관이 아니다.
서울시네마테크라는 본래 명칭은 특정 영화단체를 이르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성격을 규명하는 것이다. 시네마테크는 비영리 공공 영화문화시설로 영화의 수집과 보존, 상영과 연구를 하는 기관을 말한다. 독립·예술영화를 포함한 세계영화, 고전영화, 필름 자료 등을 보존·상영·열람하는 도시의 영화기록기관이며, 특정 영화인이나 특정 마니아층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일반 시민을 위한 문화기반시설이다. 시네마테크가 다루는 것은 소수의 취향이 아니라 도시의 영화유산과 시민의 문화기억이며, 시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공공적으로 운영되는 기본 문화 인프라다. 이를 마니아 공간으로 축소하거나 상업적 기준에 따라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시민의 문화권을 축소하는 행위다.
전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해당 도시만의 시네마테크를 가지고 있고 시민의 영화유산 접근권을 보장하는 핵심 공공문화시설로 운영한다. 특히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볼로냐의 치네테카 디 볼로냐, 밀라노의 치네테카 디 밀라노, 바르셀로나의 필모테카 데 카탈루냐, 몬트리올의 시네마테크 퀘벡, 뮌헨의 필름뮤지엄 등은 모두 민간의 자발적 영화문화운동에서 출발했으며, 지방정부가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여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구조를 갖춘 공공 시네마테크로 발전시켜 온 사례들이다. 세계 도시 어디에서도 민간이 수십 년간 축적한 비영리적 활동을 배제하거나 그 정체성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시네마테크의 본래 공공적 성격을 특정 단체와 연결짓는 방식으로 오해를 조장하며, 공간의 정체성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이는 온당하지 않다. 시네마테크의 공적 기능은 다른 시설로도 대체될 수 없으며, 시네마테크의 방향이 흔들리면 피해를 보는 것은 시민의 문화권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첫째, 우리는 현재의 서울영화센터 운영 체제와 어떠한 공식적 협력도 하지 않는다.
센터가 민관 합의 구조를 무시하고 시네마테크의 본질을 훼손한 상태에서는 운영, 사업, 프로그램 참여가 불가능하다.
둘째, 서울시는 시네마테크 원안으로 복귀해야 한다.
필름 아카이브, 열람실, 전용 상영관, 연구·교육 기능, 전문 운영 구조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필수 요소다.
셋째, 서울시는 영화계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론장을 즉시 다시 열어야 한다.
이름과 방향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기존 합의 구조를 해산하는 방식은 공공기관이 책임져야 할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넷째, 향후 서울영화센터 운영은 공공성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시네마테크 기능은 단기 성과나 입찰 경쟁 논리가 아니라, 장기적 보존과 시민 접근권을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미 김지운, 류승완, 박찬욱, 변영주, 봉준호, 오승욱, 이경미, 이명세, 이해영, 정성일 감독 등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들이 '서울시네마테크 원안 복귀와 입찰 공고 철회'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또한 서명운동은 관객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빠르게 확산되었고, 하루 만에 1000명이 넘는 영화인과 관객, 시민이 서명에 참여한 바 있다. 이는 시네마테크 문제가 특정 단체의 이해관계를 넘어, 시민의 문화권과 영화유산 보존에 관한 중요한 공공적 요구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의 협력 거부 선언은 특정영화인과 영화단체를 비난하거나 폄훼하기 위함이 아니다. 시네마테크가 갖춰야 할 공공성과 원래의 정신을 되찾기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이다. 우리는 시민사회와 함께 서울시네마테크의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공동의 행동을 이어갈 것이다.
2025년 11월 17일
한국독립영화협회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미디액트) 지역영화네트워크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영화제정책모임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독립영화전용관확대를위한시민모임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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