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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성평등위원회

이달의 성평등 영화 10월 〈결혼전.투〉 김보람

by 한국독립영화협회 2026. 10. 27.

〈결혼전.투〉 (2013) 김보람

여자: “왜 세상을 모르는 거야? 그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할 수 없어?”

남자: “몰라.”

여자: “몰라가 아니라 설명을 해봐. 오빠도 나한테 설명하라 그랬잖아.”

남자: “미안해. 설명 못 하겠어. 너도 가끔 그럴 때 있잖아. 설명 못 하겠어.”

여자: “근데 왜 그런 거에 거부감이 드는데? 십 년 있다 결혼하는 거에 대해서는.”

남자: “모르겠다고.”

여자: “왜 거부감이 드는데?”

남자: “모르겠다고.”

여자: “오빠 마음을 생각해 보면 되잖아.”

남자: “그니까 모르겠다고.”

여자: “왜 대답을 안 하려고 그래?”

 

카메라가 없었다면 그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끝내 하지 못한 말이 있다. 무엇을 터놓았고 무엇을 감추었는지. 그 사이에 나의 무지와 비겁함이 기록된다. 〈결혼 전.투〉(김보람, 2013)에서 감독은 연인과 부모 앞에 마주 앉아 결혼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 대화를 촬영한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그 촬영본을 다시 보았을 것이다. 뒤늦은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나는 이 영상을 연인과 부모에게 보여주기로 한다.

 

그 대화는 영화의 화면이면서 휴대전화의 작은 스크린이 되고, 다시 디스플레이에서 재생되는 영상이 된다. 영화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자리를 마련하는 동시에 그곳에서의 자신을 재차 마주하도록 요구한다. 또, 연인의 대화 사이로 부모의 인터뷰가 끼어들고, 부모의 지난 결혼은 연인의 현재와 포개진다. 어느 한쪽의 이야기도 다른 쪽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영화는 이러한 간격들을 통해 그 모든 판단을 유예하면서도 깊은 회한과 수치를 느끼게끔 한다.

 

남자: “너한테 나는 어떤 존재냐?”

여자: “……”

남자: “그냥 지금 전화 그만하고 싶지?”

여자: “약간.”

남자: “나는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얘기하다 끝내고 싶은데.”

여자: “오빠는 도대체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해?”

남자: “나는 널 정말 모르겠어. 처음엔 아는 줄 알았는데 점점 모르겠어.”

여자: “나도 모르겠어.”

 

암컷이었기 때문에 좋았고, 여러 번 만났으니 당연히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아버지는 말한다. 결혼해야 했지만 마땅한 상대를 만날 자신도 없었다고 어머니는 답한다. 그 결혼은 어떻게 맺어졌을까. 어떤 사랑은 때로 운명처럼 다가와, 기꺼이 모든 것을 내어놓아도 좋을 것만 같았고. 영원을 기약했던 언약은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과거가 되었다. 한때 결혼을 결심하기에 충분했던 말들이 이제는 그 결혼을 설명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란 것이 난처하기만 하다.

 

아버지의 말은 그가 이야기하는 모습과 함께 기록되는 반면, 어머니의 답변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다. 왜 아버지와 결혼했는지, 중학생이던 딸에게 왜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는지. 어머니는 답하지만 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른 시간에 촬영된 얼굴이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대강 보충할 뿐이다. 클로즈업 숏 속 어머니는 멋쩍게 웃어 보이거나 가만히 말을 듣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나는 이 분리가 중학생이던 딸에게 주어진 요청과 무관하지 않다고 느낀다.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 일. 영화 속에서 딸은 여전히 그 요청을 수행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원 안태현 씀


 

〈결혼전.투〉 김보람 | 2013 | 다큐멘터리 | 21분

 

◾️ 시놉시스

결혼적령기의 ‘나’는 어느 날 ‘남자친구’가 전해준 지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커플이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졌다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의 문제지만 쉽게 넘길 수가 없다. ‘나’와 ‘남자친구’의 관계도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친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문제 앞에 선 우리. 이번 기회에 결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그러나 서로를 잘 알게 될 거란 처음의 기대와 달리 이야기는 자꾸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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