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타는 여자들>(2022) 이혁래, 김정영
가난해서, 여자라서 공부를 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일에 뛰어들어야만 했던 여성들이 주를 이루었던 70년대의 평화시장 청계피복 노동자들이 있었다. 이들에게 평화시장은 너무나 고된 일터였다. 하지만 한편으론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끈끈한 유대감을 해 준 장소였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갈망하던 이들이 함께 투쟁했던 곳이기도 했다.
이숙희, 신순애, 임미경 세 인물을 중심으로 그들과 함께 청계피복 노동조합원으로 싸웠던 조합원들의 생생한 증언과 구술을 <미싱타는 여자들>은 차분하고 담백하게 엮어간다. 청계피복 노동조합을 꾸려가던 이들에게는 삶터 그 자체였던 청계피복노조 노동교실을 사수하기 위해 농성했던 ‘9.9 사건’처럼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비롯하여 긴 세월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미싱타는 여자들>(2022)이 주마등처럼 뇌리에 스쳐 간 건 올 초에 개봉한 <다음 소희>(2023)를 보고 나서였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밥도 3분 만에 해치우고, 화장실을 가기도 힘든 비좁은 공간 속에서 일하며 한 달에 한두 번도 안 쉬고 철야까지 하는 것이 당연했던 <미싱타는 여자들> 시대의 청계피복 노동자들. 콜 수를 채우기 위해 폭언과 성희롱 등의 악성 민원에 수시로 노출되고,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가야 하는 화장실은 갈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된 탓에 방광염 등의 질병을 앓게 되는 <다음 소희> 시대의 콜센터 노동자들.
일 년 남짓한 기간 사이에 공개된 두 영화가 그리는, 40여 년 전후를 살았고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자화상을 과연 얼마나 멀리 있고 또 다르다 할 수 있는 걸까. ‘다른 시대를 살았던 청춘이 오늘의 청춘에게 보내온 편지’라는 <미싱타는 여자들>을 <다음 소희>와 겹쳐놓고 보면 아직 도달하지 못한 사회를 고민하게 된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희망이 깃든 새로운 세상을 열망하던 청계피복 노동자들이 꾸었던 미완의 꿈은 후대가 이어받아 실현해나가야 할 몫이기도 하다. 그러한 세상은 절로 오는 것이 아닌 맞서서 쟁취해야 하는 것임을 되새기면서.
진보적 미디어운동연구저널 ACT! 편집위원 김서율 씀
◾️ <미싱타는 여자> 김정영, 이혁래 | 2022 | 다큐멘터리 | 108분 | 컬러
◾️ 줄거리
1970년대 평화시장에는 가난해서 혹은 여자라서 공부 대신 미싱을 타며 ‘시다’ 또는 ‘공순이’로 불린 소녀들이 있었다 저마다 가슴에 부푼 꿈을 품고 향했던 노동교실 그곳에서 소녀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노래를 하고, 희망을 키웠다 다른 시대를 살았던 청춘이 오늘의 청춘에게 보내온 편지
*네이버 시리즈온과 웨이브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serieson.naver.com/v2/mcode/198967
https://www.wavve.com/player/movie?movieid=MV_RT01_RT000000050&autopla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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