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2022) 반박지은
경계를 넘어도 경계가 있다. 옛 포르투갈인들처럼 수평선을 넘으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거라고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바다를 건너도 여전히 마주하게 되는 차별의 시선은 또 다른 문제다.
김인선 씨와 이수현 씨는 20대에 만나 70대를 맞이했다. 30년째 잡고 다니지 못하던 손은 바다를 건너도 여전히 잡을 수 없다. 버스에서 나란히 손을 포개고 앉은 두 사람을 비추며, 카메라는 손은 못 잡지만 서로는 여전히 서로의 반려인이라는, 당연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장면을 담아낸다.
나는 두 사람이 방 안에서 교차하는 장면을 유심히 본다. 오늘의 날짜 같은 걸 함께 되짚고 서로의 생활양식에 사소한 불평을 하기도 하는, 두 사람이기에 벌어지는 모든 사소한 일들을 조용히 지켜본다. 식탁에 앉아 더듬더듬 문자를 보낼 때, 저 뒤에서 설거지하는 인선을, 인선이 방을 가로지를 때 벽 너머에서 다림질하는 수현을, 그리고 인선이 글을 쓸 때 아마 거실에서 뭔가 열심히 꿰매고 있을 수현을. 두 사람의 각자의 시간은 겹치는 순간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다.
두 사람의 사랑은 둘이라서 채워지는 일상이 배경이다. 나는 그들을 보며 장면의 밀도가 헐거워질수록 행복의 기준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낀다. 함께 집안일하고, 서로를 돌보며, 직업인으로서 노동하고 시민으로서 교류하는 모든 일상이 반갑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원 안민정 씀
◾️ <두 사람>
반박지은 | 2022 | 다큐멘터리 | 80분 | 컬러
◾️ 줄거리
36년 전, 수현은 재독여신도회 수련회에서 인선을 처음 만나 꽃을 선물한다. 당시 유부녀였던 인선은 남편의 협박과 한인 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찾아 수현을 선택한다. 20대 때 언어도 통하지 않던 낯선 나라인 독일에 와서 간호사로 일했던 둘은 어느새 70대가 되었다. 베를린에서 같이 사는 두 사람은 반평생 인생의 동고동락을 함께했다. 수현과 인선은 자신들과 같은 이방인을 위해 연대하고, 서로를 돌본다. 경계를 넘어온 둘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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