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업/성평등위원회

이달의 성평등 영화 6월 <보드랍게> 박문칠

by 한국독립영화협회 2023. 6. 2.

<보드랍게>(2022) 박문칠

 

“김순악”, “김순옥”, "요시코", "마마상", "위안부", "왈패", "개잡년", "기생", "식모", “엄마"… 영화는 여러 여성의 목소리로 위의 호칭들을 읊는 소리가 들려오며 시작된다. 영화의 포스터에도 적혀 있는 이 호칭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순악의 삶을 드러내는 파편들이다.

 

<보드랍게>는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기록한 김순악의 구술을 토대로, 그의 출생부터 사망 이후까지를 착실히 쫓는다. 영화는 크게 네 가지 형식을 취한다. 첫째는 김순악이 등장하거나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담은 아카이브 푸티지이고, 두 번째는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된 김순악의 삶이며, 세 번째는 ‘시민모임’ 활동가들의 인터뷰이고, 마지막은 김순악의 증언 녹취록을 읽는 미투운동 당사자들의 모습이다.

 

이러한 구성은 김순악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위치시키는 대신 김순악 개인의 미시사를 “보드랍게” 담아내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에서 으레 등장하곤 하는 수요시위나 소녀상의 이미지가 이 영화에 없다는 지점은 <보드랍게>가 같은 주제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보드랍게>는 김순악을 인권운동가나 투쟁가로 담아내지도, 오로지 피해자로서 다루지도, 연구대상으로써 “역사의 산증인”으로 대하지도 않는다. 대신 영화는 경산에서 태어나고 만주로 끌려갔다가 돌아와 서울과 여수에서 일하고, 다시 고향으로 향했다가 동두천에서 일한 뒤 식모살이를 하던 김순악의 삶의 궤적 전체를 쫓는다. 영화 내내 술과 담배를 달고 살며 걸걸한 욕설을 내뱉는 김순악의 모습은 그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에서 쉬이 재현되지 못했던 이미지다.

 

영화는 더 나아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면서 생계를 위해 성노동에 뛰어들고 포주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던 그의 삶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영화가 담아낸 김순악은 순결한 피해자도, 정의의 투쟁가도 아니다. 김순악을 부르는 다양한 표현들은 그를 ‘김순악’이라는 이름으로 수렴될 뿐이다. 영화 내내 들려오던 김순악의 증언 녹취록을 읽던 내레이션이 미투운동을 이끌어낸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라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 영화는 포스트-미투 시대의 피해자성에 관한 반성적 고민을 제시한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박동수 씀


◾️ <보드랍게> 박문칠 | 2022 | 다큐멘터리 | 73분 | 컬러  

 

◾️ 줄거리

여든 두 해 순악 씨의 삶은 전쟁터였다.
거칠고 모난 삶을 살아낸 왈패 김순악이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보드라운 말 한마디를 건넨다.

“하이고, 참 애묵었다”

당신의 이야기도 꽃이 된다.

 

 

*티빙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tving.com/contents/M000368751?utm_source=Daum&utm_medium=Organic&utm_campaign=SERP 

 

보드랍게 | TVING

여든 두 해 순악 씨의 삶은 전쟁터였다. 거칠고 모난 삶을 살아낸 왈패 김순악이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보드라운 말 한마디를 건넨다

www.tving.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