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을 위한 식탁>(2022) 김보람
딸 채영은 15살이 되던 해 거식증 진단을 받는다. 엄마 상옥은 딸의 증상이 자신의 책임이라 생각하며 딸의 치료에 전념하지만 채영의 증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 병과의 지긋지긋한 싸움은 병만큼이나 복잡하게 얽힌 가족 관계 안에서 조금씩 자리를 옮기고 품을 불려내며 두 사람 바깥으로 질문하고 확장된다.
‘섭식장애’라는 단어를 들으면 구역질하는 젊은 여성의 모습이 떠오른다. 마치 처음부터 섭식장애란 젊은 여성의 전유물인 것처럼. 아름다움을 좇는 일이 형편없이 뒤틀려 버린 허영을, 나는 떠올리고 마는 것이다.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은 결코 섭식장애를 미디어가 쌓아온 낡은 관습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섭식장애는 몸과 마음이 겪어내는 일로서, 가족 관계라는 흔들리는 미명 아래 요동치는 복잡한 역학의 하나로서, 대물림되는 사랑과 시대를 끊어내는 강렬한 표현으로서, 그러니까 결코 젊은 여성 혼자의 개인적인 욕망과 허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다.
채영과 상옥을 바라보고 두 사람의 일상의 면면을 담는 일에,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은 앞서는 마음도 외면하는 마음도 없이 기다린다. 그 기다림은 '섭식장애' 또는 '가족' 아래의 깊은 심연을 끄집어내려는 것이 아니다. 지켜보는 일이 무언가를 지켜내는 일일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며,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이 온전하기를 바라는 염원의 하나일 것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원 양나래 씀.
◾️ <두 사람을 위한 식탁>
김보람 | 2022 | 다큐멘터리 | 89분 | 컬러
◾️ 시놉시스
2007년 15살이 되던 해 채영은 극단적인 식사 거부로 몇 달 사이 체중이 20kg 넘게 빠지면서 거식증 진단을 받는다. 엄마 상옥은 딸의 증상이 오롯이 자신의 책임이라 믿고 치료에 전념하지만,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을 뒤로 하고 퇴원 후 채영의 증상은 거식에서 폭식으로 변이한다.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고, 채영은 병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삶의 방법을 찾아나서고, 상옥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병의 기원을 찾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탐색한다.
*해당 작품은 개봉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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