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영의 얼굴을 보며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어머니의 얼굴 말이다.
오랜 시간 부모의 간병을 해온 순영은 장례식 이후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애도의 시간, 회복의 시간, 사회로 복귀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은 없다. 순영에게 간병을 떠맡겨온 가족들은 부모의 죽음 이후, 이제는 하루빨리 순영이 제 몫을 해내길 바라며 순영의 등을 떠밀고 있기 때문이다.
순영은 알바를 구하기 위해 반찬가게에 면접을 보러 간다. 긴 시간 간병을 해온 순영에게 ‘그동안 뭐 했어요’라는 질문은 어쩐지 어렵게만 느껴진다. 직접 집에서 병수발을 해왔다는 대답을 해보지만 그동안 해온 돌봄 노동의 시간을 한 줄로 정의해 보니 어쩐지 보잘것 없이 느껴진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어머니가 된 이상 가부장제는 돌봄을 여성 개인의 몫으로 돌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씩 새로 나아가는 순간에 대해, 나아질 수 있는 순간에 대해 <순영>은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원 김윤정 씀
◾️<순영>
박서영 | 2021 | 극영화 | 26분 44초 | 컬러
◾️시놉시스
병 수발을 들며 부모의 집에 얹혀 살던 순영은 장례식 이후에 갈 곳이 없어진다.
순영에게 병 수발을 떠넘겼던 가족들은 흘러간 순영의 세월에 대해 외면한다.
순영은 혼자 살 방편을 찾기 위해 반찬 가게에서 일하기 시작하지만 쉽지 않다.
◾️출연
강진아, 박희은, 김금순
*2023년 2월 1일(수)부터 2월 15일(수)까지 인디그라운드 온라인 상영관에서 <순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indieground.kr/indie/movieLibraryView.do?seq=2071&type=O&req=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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