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 가로질러
영화 <방문>을 소개하며
나의 누나가 결혼을 한다. 그는 결혼을 하면 한국을 떠날 거라고 한다. 어쩌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한다. 문득 명소희 감독의 영화 <방문>이 떠올랐다. <방문>은 감독의 과거와 현재를, 춘천과 서울을 횡단하는 자전적 다큐멘터리이다. 나의 누나와 명소희 감독이 겹쳐 보이는 것 같다.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하면 영화 속 이야기가 누나의 미래처럼 보였다. 다시 돌아와 누나는 왜 이곳을 떠나려 하는 걸까. 사실은 질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다. 여성이 자신이 살아온 곳을 떠나는 선택에 대하여.
11월 첫째주에 열리는 독립영화 쇼케이스 기획전 “몸, 장소, 영화로부터 온 질문들”의 상영작으로 <방문>을 선정했다. 기존 로컬시네마 담론에 어느 정도 대항하면서 정착하지 않는, 뿌리내리지 않는, 고정되지 않는, 부유하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가로지르는 “지역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여성에게 땅과 장소는 어떤 의미일까 다시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상영회 기획자 중 한 명으로서 영화 <방문>을 통해 내가 보내고 싶은 메시지는, 다소 개인적이지만, 나의 누나와 그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향한다. 대담하게, 이곳을 박차고, 떠나, 가로질러.
한국독립영화협회 성평등위원 임종우 씀
◾️ <방문>
명소희 | 2018 | 다큐멘터리 | 81분 | 컬러
◾️ 시놉시스
가을에 막 접어들 무렵에는 꼭 악몽을 꾸었다. 서울에 올라온 지 4년. 춘천을 떠나오면 끝날 것 같았던 악몽은 계속되었다. 이 악몽에서 깨고 싶었다. 그 때 문득, 춘천이 생각났다. 엄마가 생각났다. 참 오랜만에 나는 다시 춘천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엔 여전히 4년 전과 똑같은 삶을 사는 엄마가 있었다. 머릿속에 오로지 ‘열심히’ 라는 단어밖에 모르는 엄마. 그런 엄마를 보는 것이 싫으면서도, 나는 계속 그녀의 삶을 지켜보고 다가간다. 아주 긴 시간을 돌아서 나는 ‘엄마와 나는 왜 이렇게 됐을까’ 라는 질문 앞에 선다.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며 나는 ‘엄마’를 ‘엄마의 엄마’를 그리고 그들 안의 ‘나’를 마주한다.
◾️ 출연
이필순, 유명희, 명승철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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