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에 없는 누군가를 간절한 마음으로 좇는 일은 어떤 심정과 태도로 수행할 수 있을까.
<오마주>의 지완은 한국의 두 번째 여성 감독 홍은원의 영화 <여판사>를 복원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사람과 장소를 수소문하며 공백을 채우고 조각을 이어붙인다. 홍은원 감독의 흔적을 살피며 지완은 잘 알고 있는 마음을 마주 본다. 여성 감독으로서 느끼는 고뇌와 불안함, 외로움. 포기해야 했던 것들과 사라지지 않는 열망들. 지완도 홍은원도 알고 있는 마음이다. 세 편의 영화를 끝으로 영화를 더 만들지 못했다는 홍은원과 흥행이 저조한 세 편의 영화 이후 전망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완은 닮아있다.
영화를 만드는 일이 몸과 마음이 헐어가는 일이라는 걸 알아도 지완은 영화 언저리에 있으려 한다. 무언가를 몹시 사랑하고 경외하기 때문에 더 자신 없어지는 사람, 그래서 금방이라도 도망칠 듯 보이지만 끝내는 몸과 영혼을 밀어붙여 도착하는 사람이 지완이다. <오마주>는 지완의 포기하지 않는 힘을 동질감에서 오는 이해와 애틋함, 그리움, 나아가 애도에서 찾는다. 지완이 마침내 <여판사>의 소실된 필름 일부를 발견할 때, 지완의 얼굴 위로 떠오르는 환희와 벅참, 슬픔은 홍은원의 것이기도 하다. 이곳에 지완이 있고, 홍은원도 있다. 닿지 않던 시간을 가로질러 지완은 홍은원을 정확히 부른다.
지완에게서 누군가를 간절한 마음으로 좇는 심정과 태도를 배운다. 내 얼굴 위에 그의 얼굴을 겹쳐두고 내 몸을 경유해 그의 몸을 체화할 때, 사라지지 않을 것들을 떠올려 본다. 그렇게 이 세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계보는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원 양나래 씀
◾️ <오마주>
신수원 | 2021 | 극영화 | 108분 | 컬러
◾️ 소개
엄마 영화는 재미없다는 아들과 늘상 밥타령인 남편, 잇따른 흥행 실패로 슬럼프에 빠진 중년의 영화감독 지완. 아르바이트 삼아 60년대에 활동한 한국 두 번째 여성 영화감독 홍은원 감독의 작품 <여판사>의 필름을 복원하게 된다. 사라진 필름을 찾아 홍감독의 마지막 행적을 따라가던 지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자 쓴 여성의 그림자와 함께 그 시간 속을 여행하게 되는데... 어쩐지, 희미해진 꿈과 영화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는 것만 같다.
◾️ 출연
이정은 (지완 역)
권해효 (상우 역)
탕준상 (보람 역)
이주실 (옥희 역)
김호정 (홍재원/그림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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