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8회 독립영화비평상 심사 결과 발표
한국독립영화협회 제8회 독립영화비평상 선정사업위원회가 주관하는 제8회 독립영화비평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본 선정사업은 박인호 평론가와 정지혜 평론가가 심사하였습니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주관하는 독립영화비평상 공모에 올해는 총 29편의 글이 도착했습니다. 역대 최다 편수입니다. 팬데믹 이후 급격히 얼어붙은 시장 상황, 취약한 제작과 배급 여건을 둘러싼 우려 섞인 진단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평을 향한 이러한 관심이 얼마간 다행스럽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자발적인 비평 활동, 비평가들의 기획에 따른 상영회가 눈에 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합니다. 전체 영화 산업 지형 안에서 비평이 차지하는 영토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작을지 몰라도, 감각의 지진계로서, 창작자와 관객 사이를 오가는 재빠른 활동으로서 비평의 가능성은 절대 작지 않습니다. 제도와 자본에서 가장 멀찍이 떨어져 있는 비평이 갖는 예리함과 유연함이야말로 기성의 관성적인 영화 제작, 배급 시스템에 다른 상상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러한 바람은 잠시 두고, 본격적으로 심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응모작들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의문에 가까운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야만 했습니다. ‘어째서 지금, 이 비평이 필요한가’, ‘어째서 지금, 이 영화에 관해 써야 한다고 말하는가.’ 예컨대 유독 1990년대 후반 또는 2010년대 전후의 영화, 특히 폭력과 가난 속에서 돌출된 소년들, 종잡을 수 없는 청춘들에 관한 영화, 당대 평단이 열성껏 주목한 작품들에 관한 글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앞선 영화를 다시 조명하는 게 없던 일도 아니고 문제가 될 리도 없습니다. 다만, ‘어째서 그 영화가 쓰는 이의 긴급하고 주효한 질문의 영화가 됐는가, 그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를 읽고 싶습니다. 질의하고 응답하는 비평, 나아가 도발적이고 발칙하고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있는 비평과 만나고 싶습니다. 비평가의 시선이자 입장, 비평가의 전망이자 비전, 비평의 형식이자 태도를 엿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러한 글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문제의식입니다. 게다가 학교 과제물이나 논문으로 보이거나, 영화에 관해 잘못된 정보와 오독이 있거나, 인용과 주석이 과도한 글은 문제적이라 생각해 꼭 짚어두고 싶습니다.
그런 만큼 심사위원들은 영화에 관한 필자의 질문과 시선이 엿보이는 글, 어떻게든 제 식으로 자신이 품은 의문에 답해 보려는 경우, 꼼꼼하고 성실한 작업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열렸습니다. 이민재의 <횡단과 종단-박석영 영화 속 배우의 존재론에 관하여>는 마지막까지 논의한 글입니다. 필자는 박석영 감독의 영화 세계를 ‘횡단’과 ‘종단’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특히, 감독의 영화들에 등장해 온 소녀 캐릭터들의 성장과 변화를 배우들의 그것과 연결 짓는 접근은 일면 무리로 보이지만, 분명 필자 고유의 시선과 시도로 읽힙니다. 그것을 반영한 ‘횡단’ 개념의 근거는 비교적 잘 정리됐지만, ‘종단’에 관한 입장이 성글고 급히 마무리돼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논의 끝에 당선작으로 의견을 모은 작품은 장지애의 <도달하지 않는 감각, 그 너머의 영화: <소리굴다리>의 기록되지 않는 것을 위한 기록>입니다. 먼저, 공모에 응한 글들 가운데 구파수 륜호이 감독의 <소리굴다리>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작품이 세 편이나 있다는 게 특기할 만합니다. 그 가운데 당선작은 영화가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감각과 체험의 영역이라고 전제하며 <소리굴다리>를 그 구체적인 경우로 제시해 들어갑니다. 이 영화의 고유한 운동이자 작동 방식을 이미지와 사운드의 불화에서 찾으며 영화의 장소, 재현 방식에서 그 흔적을 하나씩 차근히 살핍니다. 필자는 감독이 전작부터 관심 두고 있던 것, 이번 작품에서 변모한 것을 자기 언어로 진단합니다. 그렇게 논리의 기단을 쌓아가며 영화 매체와 <소리굴다리>의 특징을 잇고, 영화를 보는 이의 감각 상태와 영화의 상태를 연결해 보려는 일련의 흐름에 수긍이 갑니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더욱 흥미롭고 적극적인 질문을 제기해 나가주길 기대하겠습니다.
‘무엇이 비평이 되는가, 비평이란 무엇인가.’ 심사를 진행하며 다시금 이 질문 앞에 섭니다. 치열하고 첨예한 질문이 오가는 난장, 비평이 그 장을 더 과감하게 열어젖히길 고대합니다. 그것을 함께해 갈 비평 동료들과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응모한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25년 12월
심사위원 박인호, 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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