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립영화협회 제6회 독립영화비평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당선자는 변해빈 비평가이며, 당선작은 「불완전한 형식에서 맨얼굴이 드러나는 시간, 결핍과 버팀 사이의 운동: 이완민 감독의 <누에치던 방>, <사랑의 고고학>을 중심으로」입니다.
당선작 전문은 이번 봄에 발행하는 비평전문지 『독립영화』 53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변해빈 비평가에게는 축하를, 아쉽게 이번에 당선자로 만나 뵙지 못한 분들에게는 격려와 응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독립영화비평상2024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 그리고 도전을 부탁합니다.
<제6회 독립영화비평상 심사 결과 발표>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발간하는 비평전문지 『독립영화』가 주관하는 제6회 독립영화비평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제6회 독립영화비평상은 공모 규정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장평과 단평 두 개를 같이 받는 방식에서 장평 단일 공모로 개편했고, 한국독립영화 작품을 텍스트 삼아 분석하는 것을 넘어 한국독립영화에 대한 역사, 문화, 정책 등 담론과 현장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영역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비평 대상 및 내용의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급변하는 매체 환경에 대응하고 현재 비평가의 사회문화적 역할을 고려한 결정이었습니다.
공모 결과 응모작은 총 29편으로, 역대 최다 접수가 이루어졌습니다. 단일 영화를 대상으로 한 작품론부터 한 창작자의 작품세계를 두루 살펴보고 분석하는 감독론, 둘 이상의 영화에서 감지되는 공통된 키워드와 질문에서 출발하는 주제론 등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지난해 개봉한 <괴인>과 <너와 나>에 대한 비평이 특히 많았던 한편, 서울독립영화제를 비평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등 새로운 유형의 글 역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피아노 프리즘>에 대한 감상을 시작점으로 필자와 영화 그리고 세계의 관계로 나아가는 글, 박수남 영화감독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해 창작자의 활동 전반과 역사적 질문으로 뻗어가는 글과 같은 사례는 자기 질문을 기반으로 하는 글쓰기의 매력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한국독립영화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긴 분량으로 전개하고 펼쳐나가는 작업이었습니다. 각자의 여정을 저희에게 공유해 주신 모든 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하지만 인용하고자 하는 레퍼런스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소화가 이루어졌는지, 글의 구조를 탄탄히 다듬는 설계나 퇴고의 과정이 충실히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드는 응모작이 적지 않아 아쉽기도 하였습니다. 글에서 제시하는 논의가 기존의 담론에 균열을 내는 새로운 문제 제기인지 고민스럽거나, 논지의 동시대적 필요성에 대해 질문하는 과정이 있었는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다수였다는 점도 함께 언급해 두고 싶습니다.
이번 독립영화비평상 심사에서는 기존의 비평 작업을 톺아보고 필자만의 질문을 찾아내는 성실함, 그 질문을 붙들고 끝까지 체계적인 글을 완성하는 책임감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작년에 이어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의 손시내, 임종우 비평가가 신중하게 심사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끝까지 논의한 응모작은 4편이었습니다. 장지애의 글 「침입의 형상들: 이정홍 <괴인>과 이미랑 <딸에 대하여>를 중심으로」는 두 영화가 타자와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을 침입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해 풀어내는 글입니다. 일반적인 분류체계에서 묶이기 어려운 두 편의 영화를 호출해 자기 감각으로 연결해 나가는 과정이 참신했지만, 그렇게 조합해 낸 것을 논리적으로 정돈하는 과정에서 치밀함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윤영의 글 「대화하는 산책자들: 부동과 활동의 이미지」는 산책하기와 대화하기 그리고 기억하기라는 행위를 한국독립영화에서 종종 마주치게 된다는 점을 단서로 김덕중의 <컨버세이션>, 권민표와 서한솔의 <종착역>, 이강현의 <얼굴들>, 이원영의 <희망의 요소>, 조민재의 <작은 빛>, 오정석의 <여름날>을 불러오고 각 작품에서 위에서 말한 행위들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살펴본 글입니다. 여러 영화를 다루면서도 정돈된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지만, 애초 기획된 글의 규모를 필자가 끝까지 책임지고 감당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게 했습니다. 논지의 수월한 전개를 위해 이론적 개념을 습관적으로 불러온다는 인상도 강했습니다.
한상희의 글 「충돌과 모순에서 발생한 세계: 영화 <괴인>의 초현실성」과 변해빈의 글 「불완전한 형식에서 맨얼굴이 드러나는 시간, 결핍과 버팀 사이의 운동: 이완민 감독의 <누에치던 방>, <사랑의 고고학>을 중심으로」는 기본적으로 성실한 준비와 신중한 글쓰기가 바탕이 된 작업이었습니다. 한상희의 글은 이정홍의 <괴인>에서 느껴지는 초현실성을 개별 요소들의 배치와 결합을 통해 분석하고 있는 글입니다. 필자가 자신의 비평적 질문을 품고 영화를 구석구석 탐색하는 과정을 함께 따라가며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론을 정교하게 다루면서 점진적으로 작품의 구조에 대한 분석으로 나아가는 지점에서 쓰는 이의 내공 역시 느껴졌습니다. 다만 영화와 관객의 관계를 논지에 더하는 결론은 다소 급하게 마무리한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변해빈의 글은 이완민 감독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인물들의 상태와 운동을 출발점 삼아 창작자가 개인과 세계의 교류와 마찰을 다루는 방식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긴 호흡의 글이지만, 필자가 어떤 질문과 고민에서 시작해 어떤 곳에 이르렀는지 그 사유의 과정이 일정한 속도로 읽힌다는 점이 미더웠습니다. 글의 완급 조절에 대한 고민과 준비가 충분히 선행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완민 감독의 영화를 설명할 때 종종 불려 나오는 분절된 시간, 선형적 맥락의 해체, 꿈의 운용 등의 표현을 자기 언어로 번역하며 글을 운영하고, 그 언어들로 결론에 이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돋보인다는 점을 심사위원들은 큰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다만 다소 성긴 문장들이 눈에 띄는 점은 아쉽습니다. 글을 다듬을 때 문장을 꼼꼼히 정돈하는 일이 필요해 보입니다.
긴 논의 끝에 변해빈의 「불완전한 형식에서 맨얼굴이 드러나는 시간, 결핍과 버팀 사이의 운동: 이완민 감독의 <누에치던 방>, <사랑의 고고학>을 중심으로」를 당선작으로 선정했습니다. 필자의 직관과 분석의 언어로 인물의 상태와 영화의 작동을 논하며 결론에 이르는 모험적인 태도가 안정된 구조의 글 안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 큰 요인이 되었습니다.
심사를 진행하는 동안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치열한 시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글을 시작할 때와 끝낼 때,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를 경험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그 변화의 과정을 뜨겁게 겪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공모에 지원한 모든 분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며,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2024년 2월
심사위원 손시내, 임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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