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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및 정책활동

[성명서] 영화진흥위원회 한상준 위원장의 위법하고 부당한 ‘영진위원 징계’ 강행에 대한 성명서(2024.10.16)

by 한국독립영화협회 2024. 10. 21.

영화진흥위원회 한상준 위원장의 위법하고 부당한
‘영진위원 징계’ 강행에 대한 성명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1999년 합의제 민간자율기구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에 따라 조직되었다. 법에 따라 영화계가 경험을 갖춘 위원을 추천하면 장관은 “성(性)과 연령,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검증을 거쳐 민간 위원을 임명한다. 영진위는 기관의 독립성과 위원의 신분보장을 필수로 하고, 위원장은 호선제로 선출되는 민주적 거버넌스 철학에 따라 운영되는 기관이다.

지난 6월, 호선을 통해 한상준 위원장이 취임하였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해법을 기대하는 영화계의 바람과 달리, 위원장은 규정과 제도를 넘어선 위원 징계에만 무리하게 몰두하고 있다. 비상근임원에 대한 징계 규정은 여타 공공기관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고, 규정이 신설될 경우 위원의 직무 독립성과 신분보장이 흔들려 합의제 기구의 성격이 위협받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또한 영비법에 따라 규정 예고기간 20일을 준수하라는 위원 다수의 의견까지 묵살하고 추진하는 영진위원에 대한 징계는 대체 왜 하는 것이고, 누구에 의한 판단이며 의지인가?

우리는 2023년 국정감사에서 제기되고 문체부가 감사를 통해 조치 통보한 김선아와 김동현(여)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및 영진위가 부당하게 강행 중인 징계 조치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1. 김선아 부위원장과 김동현(여) 위원은 위원 위촉 직후인 2022년 2월, 영진위 기관 내 이해충돌방지 절차에 따라 각각 여성영화인모임 이사장 및 성평등센터 든든 운영위원,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 및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란 사실을 알리고, 영진위 사업과 관련하여 제척 사항을 검토받았으며, ‘위원 선임여부와 관련 없이 사업시행 초기부터 해당사업을 위탁 혹은 공동운영하고 있으므로 관련 위원의 지위가 사업위탁에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움’이라는 결과를 위원회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보고 받았다. (2022.3.14.)

2. 성평등센터 든든 사업과 서울독립영화제 모두 위원회와 해당 단체의 공동사업으로 위원회와 협약서 및 예산안, 정산 보고 등 모두 위원장 내부결재를 받아 이루어졌다. 따라서 김선아 부위원장과 김동현(여) 위원이 해당 사업이 내내역으로 들어가 있는 영화발전기금 운용계획(안) 심의·의결에 참여하며, 사적이해관계자 신고 및 회피 신청을 하지 않아서 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은 영진위 사업에 대해 영진위에 신고하지 않아서 법을 위반했다는 유체이탈 화법에 불과하다.

3. 영화발전기금운영을 위한 예산 배정은 사무국 예산 TF에서 이루어지며, 위원회에 올리는 기금운용계획(안)의 심의ㆍ의결이 기금의 직접적인 배정ㆍ지급ㆍ처분ㆍ관리와 관련하여 그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직무라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성평등센터 든든 사업은 2022년 1월부터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변경 논의가 시작되어 해당 2023년 영화발전기금 운용계획(안) 심의·의결 당시에는 2023년도 운영 업체를 예상하기 어려웠고, 서울독립영화제 사업은 1975년부터 이어진 영진위 사업으로 50년 이상 예산에 포함된 고정 내역이다. 영진위는 이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김선아, 김동현(여) 위원에 대해 여러 차례 내·외부 법률검토를 했고, 두 위원의 경우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 위원회에 보고하거나 위원과 공유하였다.

4. 또한, 두 위원이 성평등센터 든든과 서울독립영화제로부터 각각 회의비와 인건비를 수령한 것은 영진위와 우리 단체 간의 상호 협약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해당 비용은 담당 부서의 확인과 위원장의 결재를 받아 투명하게 집행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위원의 활동과 관련한 내·외부 법률 자문을 받았다. 영진위와의 공동 사업이 직무 외 활동이고, 영진위의 행정 시스템에 따라 위원장 결재를 받은 지출이 사적 이익에 해당한다는 문체부 감사 결과와 영진위의 징계 강행은 영진위가 위원회의 활동과 기능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가당착에 불과하다.

5. 이처럼 김선아, 김동현(여) 위원이 사무국의 행정·법률적 보조를 받아 충실하게 위원의 직분을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체부 특정감사에서 위원에 대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징계 조치를 통보한 것은 이해충돌방지법을 과도하게 해석·적용한 것으로 보이며, 다툼의 소지가 크다. 또한, 이런 과정에서 중요한 안건마다 위원회의 의결권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제한되어, 영화산업에서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위촉된 위원들이 거꾸로 자신의 전문성을 이유로 의결에 참여하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후 예산안 의결 등에서 영화제, 지역영화, 정책분야 등의 다양한 경력이 있는 다수의 위원이 제척·회피되는 사례가 발생하였고, 그 결과 9인 위원 가운데 겨우 2-3인의 위원만이 의결에 참여하며 영화제, 지역영화, 독립영화 예산이 삭감 또는 폐지되는 심각한 상황을 막지 못했다.

6. 영진위의 비상임위원은 회의비 외에 급여를 받지 않는다. 문체부는 영비법에 따라 영화산업 전문가 가운데 영화 단체의 추천을 받아 검증 절차를 거쳐 위원으로 위촉한다. 전 문체부 장관이 두 위원을 위촉했을 당시 이해충돌방지법은 이미 제정되어 있었다. 문체부는 스스로 검증하여 임명한 위원이 영화발전기금 심의·의결이라는 위원 고유의 직분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억지 흠집을 내고 있다.

한상준 위원장은 위원의 징계 규정(안) 상정과 부결, 징계기준(안) 발의와 심의·의결 과정에서 영진위 거버넌스에 대한 심각한 인식의 오류와 부재를 드러냈다. 위원회 운영에 관한 사항은 영비법 제8조 4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어 있음에도 위원의 해임요구안 등 위원의 신분에 관련된 사항을 정관도 아닌 하위 규정으로 정하는 것은 영비법의 취지에 어긋난다. 당초 ‘9인 위원회 회의운영에 관한 규정’(2023년 제정)을 ‘9인 위원회 운영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둔갑시켰으며, 여타 공공기관 등의 임원에 대한 징계 규정 사례가 없어 내부 직원의 인사 규정을 임원에게 적용하려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규정 개정(안)에 경과규정을 두어 위원 징계를 소급 적용하도록 독소조항을 넣기도 했다. 위원회의 여타 규정에서는 시행일을 소급 적용하는 사례가 없다. 헌법 원리에도 반하는 무도한 경우이다. 영비법 21조에서는 영진위 운영에 관한 규정 개정 시 반드시 인터넷 등에 20일 이상 예고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한상준 위원장은 영진위 하위 규정에서 ‘(규정 개정 사안이) 내부 운영에만 관련한 것이어서 예고의 실익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예고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것을 근거로 들어 홈페이지 예고를 요구한 위원들의 의견 역시 묵살하였다.

15차 정기회의(2024.9.27.)에서 비상근위원에 대한 징계규정을 포함한 ‘9인 위원회 운영에 관한 규정 개정(안)’은 부결되었다. 그러나 한상준 위원장은 16차 임시회의(2024.10.15.)를 소집하여,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위원 징계기준(안)’을 상정하였으며 징계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신속하게 징계기준(안)을 의결하기를 요구했다. 위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징계기준(안)은 최종 의결되었고 11월 5일까지 징계 조치 결과를 문체부장관에게 보고하겠다는 사무국의 일방적인 일정 보고가 있었다.

누가 도대체 왜 위원회를 이토록 무력화하는가? 블랙리스트의 상처를 딛고 호선제를 부활하며 거버넌스를 정상화하고자 하는 위원회의 방향성에 제동을 걸고 있는 주체는 누구인가? 한상준 위원장은 왜 스스로 위원회 무력화에 앞장서는가?

우리는 특히 영진위와 영화계의 공동사업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타겟 감사와 부당한 징계 강행을 엄중히 경고한다. 이것은 해당 위원 개인의 일이 아니라, 영화계와 국가가 함께 쌓아 올린 거버넌스에 대한 부정이다. 우리는 위와 같이 위법하고 부당한 한상준 위원장의 행동 배후에 위원회의 기능을 무력화하고, 민간협의기구로서의 거버넌스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다. 우리는 한국 영화의 소중한 자산인 영화진흥위원회의 역사를 위배하는 어떤 시도도 배격하며, 이 모든 과정과 결과가 또 다른 블랙리스트 사태가 아니길 바라며, 눈을 부릅뜨고 모든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2024년 10월 16일
여성영화인모임, 한국독립영화협회 공동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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