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대전시는 대전여성영화제 상영작 검열 및 상영 중지 요구 철회하고
시민과 창작자 위축시키는 차별 행정과 인권침해 중단하라!
올해 4회를 맞이하는 대전여성영화제는 영화를 징검다리 삼아 우리 사회에 실재하는 차별과 편견에 저항하며 보다 나은 공동체를 일구는 데 기여해 온 대전의 대표적 영화제 중 하나다. 대전여성영화제를 주최하는 대전여성단체연합은 양성평등주간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과 활동가, 창작자가 함께 자신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발언하며 양질의 담론을 생산해 내도록 독려했고,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강연과 포럼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지역 구성원들에게 기획 및 제공해 왔다.
대전여성단체연합에 지정보조금 사업을 수탁하고 예산을 배정했던 대전시는 최근 “성소수자 문제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어 양성평등주간에 상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대전시 보조금으로 상영하기에 부적절하다”라는 일방적 이유를 내세워 대전여성영화제 상영작 중 특정 작품의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결국 대전여성단체연합은 대전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표하고 보조금 전액을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
대전시는 시민헌장에 “따뜻한 인정과 사랑을 바탕으로 창의, 화합, 개척정신을 실천하여,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건설”할 것을 목표로 명시했다. 시민이 주도하고 시가 협력하는 사업에서 뚜렷한 근거 없이 특정 상영작의 상영 중지를 통보하는 것은 시민의 정당한 문화 접근권과 민간 자율성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현존하는 사회 문제를 공유하여 건설적인 논의의 장을 열고자 하는 시민 다수의 의욕을 꺾는 행위이다.
무엇보다 “여러 곳에서 민원이 들어왔다”는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대전시의 태도는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혐오 발언을 묵인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이를 방패 삼아서 혐오를 조장하고 확산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대전시는 끝내 “성소수자 문제”를 “논란”으로 취급하며 사회 구성원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데 가담했다. 이는 지자체 보조금 사업의 취지를 위반하는 차별 행정으로서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대전시가 상영 중지를 통보한 영화는 요양보호사와 대학 강사 등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서로 다른 세대의 여성들을 다루며 노동, 주거, 가족, 노화, 사랑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는 작품이다. 이미 국내 유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품으로, 지난 2017년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도 번역 출간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현실 세계를 향한 관심에서 출발해 타인과 소통하며 더 나은 공동체를 상상하는 창작물에 대전시는 “대전시 보조금으로 상영하기에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작년 제19회 인천여성영화제에 상영작 리스트 사전 제출을 요구하며 “퀴어 등 의견이 분분한 소재 제외”를 지시했던 인천시의 행태를 그대로 따른다. 당시 인천시는 대전시와 마찬가지로 지자체 예산을 무기처럼 휘두르며 시민의 목소리를 축소하는 결정을 고수했다. 이처럼 근래 거듭된 시 차원의 영화제 검열 및 압박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여 창작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대전시는 시민에 대한 공익적 의무를 다하고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라.
대전시는 시민과 활동가, 창작자를 옭아매는 상영 중지 결정을 철회하고 본래 취지에 맞게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라.
대전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문화적 차별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라.
대전시는 현재 사태에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2024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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