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업103

이달의 성평등 영화 2월 <순영> 박서영 순영의 얼굴을 보며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어머니의 얼굴 말이다. 오랜 시간 부모의 간병을 해온 순영은 장례식 이후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애도의 시간, 회복의 시간, 사회로 복귀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은 없다. 순영에게 간병을 떠맡겨온 가족들은 부모의 죽음 이후, 이제는 하루빨리 순영이 제 몫을 해내길 바라며 순영의 등을 떠밀고 있기 때문이다. 순영은 알바를 구하기 위해 반찬가게에 면접을 보러 간다. 긴 시간 간병을 해온 순영에게 ‘그동안 뭐 했어요’라는 질문은 어쩐지 어렵게만 느껴진다. 직접 집에서 병수발을 해왔다는 대답을 해보지만 그동안 해온 돌봄 노동의 시간을 한 줄로 정의해 보니 어쩐지 보잘것 없이 느껴진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며느리, .. 2023. 2. 1.
이달의 성평등 영화 1월 <SAVE THE CAT> 허지예 📢 1월 이달의 성평등 영화는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 님께서 추천해 주셨습니다. 영우와 진희는 작업실을 함께 쓰는 동료다. 영우는 글을 쓰고, 진희는 영화를 만든다. 둘은 함께 밥을 먹고, 요가도 하고, 서로의 작업을 응원한다. 작업실에는 빈방이 있다. ‘M의 방’. 누군가 떠난 자리. 둘은 쉽게 방문을 열지 못한다. 충분히 애도 되지 못한 슬픔이 남아있다. 어느 날, 작업실 안으로 들인 고양이가 공간을 휘젓고 다닌다. 작업실 앞에 고양이를 버리고 간 사람은 진희의 친구다. 그의 편지에는 “너라면 고양이를 버리지 않을 것 같아”라고 쓰여있다. 진희는 편지를 던져버린다. 영우와 진희는 ‘착하고 순진한 예술하는 여자’가 아니다.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다. 둘은 자기 입 밖으로 나온 말을 자주 .. 2023. 1. 4.
2022 올해의 독립영화 & 독립영화인 발표 🏆 2022 올해의 독립영화 & 독립영화인 발표 🏆 한국독립영화협회는 매년 연말, 한 해를 빛낸 독립영화와 독립영화인을 선정하여 시상해 오고 있습니다. 2022년 개봉 또는 제작된 모든 독립영화를 대상으로 10인의 독립영화 전문가에게 올해의 독립영화를 추천받았습니다. 추천작 중 한국독립영화협회 회원 투표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작품에게 ’올해의 독립영화상’이 돌아갑니다. 독립영화 투표와 함께 한 해 동안 활발히 활동하며 독립영화계를 더욱 뜨겁게 만들어 준 영화인(개인, 단체, 모임 등)을 추천 받았습니다. 그중 가장 많이 거론된 영화인(개인, 단체, 모임 등)에게 ’올해의 독립영화인상’이 수여됩니다. 🎉2022 올해의 독립영화 & 독립영화인을 발표합니다!🎉 🔹2022 올해의 독립영화: (2022) 김동원 .. 2022. 12. 29.
독립영화비평상 문서비평 부문 역대 당선자 인터뷰 새로운 당선자를 기다립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에서 독립영화비평상 공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 마감을 바라보면서, 지난 문서비평 부문 당선자 임종우, 박동수 평론가를 만났습니다. 독립영화비평상 당선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영화평론가로서 어떤 고민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이번 공모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작게나마 응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비평분과: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임종우: 안녕하세요, 2019년 문서비평 당선자 임종우입니다. 저는 영화비평 베이스로 영화상영과 영화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성남교육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 교육문화 사업분과 소위원장(운영위원)이에요. 반갑습니다. 박동수: 저도 반갑습니다.. 2022. 12. 14.
이달의 성평등 영화 12월 <호랑이와 소>(2019) 김승희 영화 여성에 대한 사회의 차별과 멸시를 이겨내기 위해 이빨과 손톱의 날을 세워야 했던 호랑이 띠 엄마의 삶, 열 아들 못지않은 우직한 딸이 되어야만 했던 소띠 감독의 삶이 그려진다. 영화 는 감독과 그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모녀가정에 새겨진 여성에 대한 주홍글씨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다. 엄마와 감독의 대화 위에 호랑이와 소의 그림이 그려진다. 역동적이게 움직이는 선은 호랑이를 위협하는 총과 칼로, 소를 움켜잡는 끈으로 변주하며 그들의 삶을 옭아맨 ‘띠’의 견고함을 보여준다. ‘아직도 이혼가정에 대해 주홍글씨가 남아있냐’ 호랑이와 소의 목소리를 지우는 편견은 끊임없이 다른 모양으로 굴곡되어 들려온다. 아직까지도 우리 안에 남아있는 편견은 무엇일까. 두려움은 무엇일까. 호랑이와 소가 걸어온 길을 .. 2022. 12. 14.
이달의 성평등 영화 11월 <방문>(2018) 명소희 떠나, 가로질러 영화 을 소개하며 나의 누나가 결혼을 한다. 그는 결혼을 하면 한국을 떠날 거라고 한다. 어쩌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한다. 문득 명소희 감독의 영화 이 떠올랐다. 은 감독의 과거와 현재를, 춘천과 서울을 횡단하는 자전적 다큐멘터리이다. 나의 누나와 명소희 감독이 겹쳐 보이는 것 같다.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하면 영화 속 이야기가 누나의 미래처럼 보였다. 다시 돌아와 누나는 왜 이곳을 떠나려 하는 걸까. 사실은 질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다. 여성이 자신이 살아온 곳을 떠나는 선택에 대하여. 11월 첫째주에 열리는 독립영화 쇼케이스 기획전 “몸, 장소, 영화로부터 온 질문들”의 상영작으로 을 선정했다. 기존 로컬시네마 담론에 어느 정도 대항하면.. 2022.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