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업/성평등위원회

이달의 성평등 영화 2월 <퀸의 뜨개질> 조한나

by 한국독립영화협회 2024. 2. 13.

 

 

<퀸의 뜨개질>(2023) 조한나

 

내 이름을 처음 말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다. “이름만 듣고 남성인줄 알았는데 여성이네요!” 그럴때면 나는 “그런 이야기 많이 듣습니다” 라고 답변하지만 이런 일들을 반복할수록 돌아오는 씁쓸함은 늘 나의 몫이다. 이름만 가지고 남성성과 여성성을 구분하게 되는 사회 속에 살면서 언제쯤 이런 질문이 없어질까? 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은 아직은 먼 이야기 같다. 

영화 <퀸의 뜨개질>은 이런 나의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10살 때부터 할머니로부터 배웠던 뜨개질은 감독이 잘하는 것이다. 뜨개질을 잘하는 감독은 주변인들에게 알고 보니 되게 여성스럽다는 말을 듣곤 한다. 영화는 감독이 드랙킹 분장을 하는 첫 장면부터 뜨개질을 가르쳐 줬던 자신의 할머니 춘자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과거 자신이 기록된 홈비디오 영상이 감독 내레이션과 오버랩 되고 할머니로부터 시작된 뜨개질이야기가 엮이며 영화가 시작되는데, 감독은 영화 초반 뜨개질 계의 끝판왕이라고 하는 ‘만다라매드니스’ 뜨개를 도전하며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뜨개질을 가르쳐준 할머니의 이야기와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겪어온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과거에 기록된 홈비디오 속 자신의 모습, 성인이 된 지금의 감독이 사회 속에서 경험한 섹슈얼리티의 개념들을 감독의 사적인 이야기들로 엮어 낸다. 이런 장면들은 만나라매드니스를 완성해 가는 과정과 등치되는데 과거의 기억들이 뜨개질을 하는 순간동안 떠올려 지고, 뜨개질을 엮어가는 과정은 곧 감독의 과거와 현재가 엮어지는 과정처럼 보인다. 이 과정을 통해 감독은 기억과 깨달음 그 어디에 쯤에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영화 초반 춘자가 그토록 바라던 것, 그리고 감독 스스로 알게 되는 것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듯 영화 후반부에 이 모든 고민을 풀어 놓는 것 같은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감독 스스로 퍼포머가 되어 춘자를 향한 노래를 부르는데 자신에게 영향을 많이 주었던 할머니는 결국 감독의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존재이자, 누구나 될 수 있는 존재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며 영화는 끝이 난다. 뜨개질을 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한국사회 뿌리박힌 고정화 된 성역할, 그리고 정체성이란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게 되는 발칙한 영화. 퀸의 뜨개질.  

 

한국독립영화협회 성평등위원 문창현 씀


<퀸의 뜨개질> 조한나 | 2023 | 다큐멘터리 | 36분

 

◾️ 시놉시스

10살에 할머니 ‘춘자’로부터 신부 수업으로 뜨개질을 배운 한나. 뜨개질을 배운 지 15년이 지나 어린이에서 어른이 된 한나는 자신의 방을 뜨개질의 세계로 만든다. 하지만 여전히 남들에게 한나의 뜨개질은 그저 그런 취미일 뿐이다. 한나는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혼란스러움에 대해 생각한다.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나는 코바늘 뜨개질의 최고봉, ‘만다라 매드니스’를 제작하면서 과거의 경험과 감정을 만다라에 담기로 한다. 한나는 가장 사소하고 여성스러운 뜨개질로 가장 거대한 반란을 꿈꾼다.


그렇게 밤낮으로 실을 얽고, 실을 풀고를 반복하던 한나는 마침내 만다라를 완성한다. 한나는 완성된 만다라를 전시하고 그 앞에서 드랙퀸과 드랙킹이 되어 본다. 할머니의 뜨개질은 무엇이었을까 상상하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그 노래의 끝은 이렇다. “춘자 can be anyone.”  

 

◾️ 볼 수 있는 곳

-인디그라운드 온라인 상영관 https://indieground.kr/indie/movieLibraryView.do?seq=5363&type=D

 

라이브러리 작품 내용 |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 indieground

독립영화의 감상 기회를 확대하고 영화 문화 저변 확대를 위해 독립영화 라이브러리를 구축하였습니다. 1년간 공공온라인플랫폼 인디그라운드에서 온라인 상영되고 영화 문화의 활성화, 지역

indieground.kr

*상영 일정: 2024년 2월 14일(수)까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