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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독립영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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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난처하고 진부한 질문을 다시 시작하는 건 시대에 따라 독립영화의 겉모습이 변하더라도 그 밑바닥 정신만은 이어지고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새 우리가 그 질문에 냉소적이진 않는가에 대한 반성이다. 독립영화의 '독립'이란 흔히 말하듯 검열을 거부하고 자본을 적게 쓰는 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독립은 '그무엇을 위한' 일일 때 그 의미가 완성된다. 화려하고 기름진 화면보다는 치열하고 정직한 장면들로 새로운 영상언어를 만들기 위해, 우린 상투적 영화공식에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한 사람의 인권, 소수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우린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우리는 독립이 삶과 영화의 진실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 믿는다. 갖가지 타협과 흥정, 매스컴의 각광, 각종 영화제 초대장, 먹음직스러운 뷔페음식… 이들로부터 초연하게 물러나 작은 진실을 위해 작은 카메라를 정조준 할 때 영화는 비로소 독립하는 것이다.

독립영화의 영화란 단지 촬영과 편집, 녹음 등 기술적 과정을 거친 셀룰로이드를 의미하지 않는다. 혹은 돈을 벌기 위해 만드는 상품도 아니며 심심한 관객들을 잠시 달래주는 오락도 아니다. 우리는 영화가 사람의 욕망 뿐 아니라 선의와 진심도 자극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매체라 믿는다. 가깝게 느끼는 현실을 잠시 물러나 보게 하고 멀게만 느끼는 현실을 다가서 보게 함으로써 관객들이 세상을 새롭게 보고, 더 나은 자신과 사회를 꿈꾸게 하는 영화를 우린 독립영화라 부른다.

독립영화인은 순수함과 솔직한 개성을 가장 큰 재산이라 여기는 사람들이다. 기술과 자본은 부족하지만 치열한 실험정신으로 한계를 극복해가는 사람들이다. 주머니 돈을 털고, 친구·친지 등을 괴롭히고, 때로는 자취방을 빼 필름을 사는 영화청년들. 그들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들의 순수한 열정 때문이며 스크린에서 그들의 냄새와 의지를 발견할 때 우린 독립영화인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는 단순한 이해집단이거나 친목단체가 아니다. 새로운 비전을 가진 젊은 영화인들, 그리고 언젠가 한 번은 독립영화를 꿈꾸던 기성영화인들이 서로 작업을 격려하고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공동체가 될 것이다. 서로의 경험과 기술, 그리고 영화에의 열정과 동지애가 이곳에서 한데 어우러진다면 독립영화는 비약적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며 상업영화게에 신선한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강렬한 젊은 개성들은 때로 격렬한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서로 경쟁도 하겠지만 그 또한 독립영화 발전의 소중한 밑거름이라 믿는다.

우리는 이미 자신의 영화세계를 구축한 기성영화인들도 독립영화제작에 참여할 것을 간절히 희망한다. 그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반영된다면 관객들은 보다 완성도 높은 독립영화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며 상업영화와 독립영화가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들 중 어떤 이는 상업영화로 진출하고 어떤 이는 계속 독립영화를 지켜나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모든 영화 속에는 오늘 이 시간의 추억과 독립영화의 정신이 화면 한 구석에 살아 꿈틀댈 것이며 여기 모인 우리는 서로에게 독립영화의 영원한 동지로서 기억될 것이다.

1998.9.18 한국독립영화협회 창립식에서
독립영화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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