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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V뉴스레터 vol.4] [TALK] “우리의 어지러운 근심과 진심” - 피칭제도를 통해 본 독립다큐멘터리 환경 (2)
뉴스레터 자료실 / 2016.10.28

 

 

[한국독립영화협회 뉴스레터 vol.4 : 161031]    

 

 


※ (1)에서 이어지는 토크 (2)편입니다. 


 

김경만 : 피칭을 통해서 좀 더 변별력 있게 고를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겠지, 근데 사실 피칭 제도가 영화를 고르는데 있어 제작지원보다 더 도움이 될까? 난 그건 아니라고 보거든. 굳이 피칭 형식을 만들어 내는 건 제작자를 위한 게 아니라 영화제나 판을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느껴져. 그걸 맞춰서 따라가다 보니까 영화 만드는 사람들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거지.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그게 당연하지 않다는 거지. 제작지원을 가지고 충분히 이 영화가 어떤 건지 얘기할 수 있어. 제작지원을 모든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선별이나 선택이 불가피한 거지만. 피칭이 선호하는 건 그거랑 스펙트럼이 다르다는 거야. 좁다는 거야. 소재 중심의 영화만 선택되기가 쉬워진다는 거야. 물론 선택된 영화들 중에 좋은 영화도 있겠지. 그걸 부인하지 않아. 내가 말하는 건 전체적인 경향성과 중력장, 끌어당기는 힘이야. 그런 식으로 독립영화 판이 시장 쪽으로 기울어진다는 거지. 피칭제도 없애라 마라 얘기하기 전에 피칭은 제작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영화예술에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다른 화법을 하는 영화가 있어. 피칭으로 얘기하기 어려운 영화들이 사실 많이 있다고. 그런 영화들을 어떻게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겠어. 제작지원 제도라고 해서 그 영화의 예술성을 모두 담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피칭이란 제도가 깎아먹는 건 피할 수 있다는 거야.

 

경순 : 백 프로 동의해. 네 사례도 말해줬으면 좋겠어. 그런 구체적인 얘기들이 사례로 나와야지.

 

김경만 : 내 사례를 얘기하자면, 지금 하고 있는 게 선거 때 찍은 촬영분량이 많이 들어가. 그런데 선거 다큐멘터리냐 하면 그건 아니야. 하지만 이번 정권 얘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어떤 곳에서는 부담스러워 할 수 있는 소재지. 제작지원 사업은 촬영기간이 제작지원 기간에 포함돼야 하는데 나는 선거 기간 동안만 촬영할 수 있을 뿐이잖아. 그게 맞지가 않아서 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어. 제작지원을 몇 군데 냈는데 제작지원이 안됐지. 안된 이유는 준비를 안했기 때문일 수 있어. 하지만 피칭을 참여하면서 내가 느낀 문제는, 영화제에서 해외 디시전메이커들을 초청하는데 이들이 한국의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 대해 얼마나 이해가 있냐는 거야. 피칭 때 내가 발표한 걸 듣고 해외 디시전 한 명이 질문을 했어, 내레이션을 넣어보지 않겠냐. 이건 몰이해인거지. 이건 내 발표가 그 심사위원들한테 전혀 무용했다는 걸 얘기하는 거야. 이 과정 자체가 영화 만드는 사람들한테 도움이 안 된다는 하나의 사례인 거지.

 

 

 

▲ 왼쪽부터 이진우(다큐분과 운영위원), 경순 감독, 박경태 감독, 김청승 감독

 



김청승 : 예전에 부산영화제에서 제작지원 받고 여러 해외 감독들과 프로듀서들을 만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했었다. 해외에서는 다큐멘터리는 정확하게 상품으로서 규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주인공은 1-2명이어야 한다. 이 주인공은 캐릭터가 특별해야 된다. 인물이 재미없으면 사건 자체라도 스펙터클하고 자극적이고 재밌어야 한다.’ 등의 형식이 있는 거 같아요.

 

박경태 : 형식이라는 게 외국이라고 다 일반화시킬 수도 없지만, 문제는 아시아다큐멘터리 감독들의 매년 관심사는 이번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누가 됐다더라, 그들과 얘기하다보면 피칭에 대한 하등의 의심이 없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공개적으로 자기를 발표한다는 거지. 나도 DMZ에서 발표를 했지만 내 아이디어를 노출하는 거잖아. 사람 모아놓고 내 개념, 아이템, 다 말해야 되는데 이건 말이 안 돼. 게다가 청승감독이 지적했듯이 짧은 시간 구매자들에게 모든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 형식은 쉽고 소재는 자극적이어야 하는 거죠. 하나 더 얘기 해보면 정권이 바뀌든, 정책이 바뀌든 피칭으로 인해서 성과가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성과도 없는데 왜 여기에 돈을 쓰냐, 하면 하루아침에 없어질 수도 있는 신기루 같다고 생각해. 영진위, 서영위 제작지원은 성과가 있었단 말이야. 이걸 없애는 건 상당히 부담이 될 거라고. 피칭은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확인을 해봐야 돼. 언제든 없어질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문제 중 하나야.

 

경순 : 나 같은 경우,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면 내가 학생들 피칭준비를 도와주고 있는 거야. 여기에만 목매지 마라 하지만 이 친구들에게는 도전의 기회이고 피칭 하면서 자기 것이 업그레이드 됐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어. 피칭이 이미 우리에게 많이 스며들어 있어.

 

김청승: 영화제에서 상영관보다 피칭행사장에 사람이 더 몰리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이제는 영화제에서 평소 보지 못했던 영화를 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피칭을 어떻게 하는가가 먼저인 거예요. 이제 막 시작하는 친구의 페북 글을 봤는데 이 친구도 막연히 피칭에 대한 안 좋은 생각을 갖고 있지만 피칭을 하는 자기 친구를 보면서, 나도 저기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한국에서 피칭이 유행하는 이유는, 피칭제도를 운영하는 영화제 운영진의 필요성도 있지만 좀 더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을 하고 싶은 감독들의 욕망도 투영된 거고 인정받고자 하는 신진 감독들의 욕구도 투영된 거죠.

 

박경태 : 정부의 문화정책이 굉장히 신자유주의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보는데. 문제는 이 신자유주의 문화정책이 피칭하고 유사성이 있다는 거야. 문화정책에서 상업적 성과가 주요 기준이 되다 보니 판단을 민간 자본에게 맡기고그것이 서양이면 더 좋잖아요? 국제행사를 저렴하게 치를 수도 있고. 그래서 피칭이 민영화 같은 거죠, 물론 기간 시설을 민간에 개방하는 것이 아니기에 억측이 있지만 의료민영화를 보면 유사하고.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피칭은 사실 규모가 작아. 다른 정책사업에 비해 푼돈도 안 되는데 정부의 주요정책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공적자금 때문에 독립영화가 휘청휘청하는, 독립영화 기반이 너무 약하다는 게 비극적인거지.

 

김경만 : 이 자리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비교적 신진작가들이 이것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거지. 처음 시작하는 신진작가들에겐 애초에 이런 고민이 없을 수 있잖아.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세상이 그런 식으로 바뀌고 있으니까. 그런데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거지. 독립영화 판에 들어와서 독립영화 제작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슨 영화가 좋은 영화인지, 왜 독립영화가 필요한지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지. 그 문제가 피칭문제랑 같이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

 

박경태 : 피칭은 공개된 자리에서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문제는, 신진작가들이 어떤 안전장치도 없이 기획개발 단계에서 모든 것을 오픈해야 돼, 상품이 되기 위해서. 여기서 저작권 침해 사례들이 생길 수 있다는 거야. 만들어진 걸 가지고 가서 판매하는 거라면 침해받을 위험이 없이. 그런데 신진작가들은 어떻게든 기회를 얻고 싶고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차별적으로 자기 것을 홍보할 수밖에 없다고. 신진작가들이 굉장히 손쉬운 먹잇감이 되는 거지. 피칭이 소재사냥터가 돼서 사냥꾼하고 먹잇감만 남는다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계속 영화정책이 어떠해야 한다는 것에 발언을 해야 해.

 

경순 : 시장을 전제로 한 피칭은 인천다큐포트 외에 거의 없어. 현재 DMZ국제영화제 피칭은 여러 차례 형식이 바뀌면서 제작지원에 가깝고. 현재 피칭에 참여하는 이들은 신진 독립영화감독과 비교적 경험이 있는 독립피디들이 많고. 피칭을 할 때는 적어도 제작이 50%이상 진행이 돼서 말 그대로 상품으로 만들어질 때 어떻게 배급할지 투자를 받는 거야. 사전제작의 의미에서는 방식을 다르게 가야되는 거고. 이 부분에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봐.

 

※ 다음 인터뷰는 여기에서 이어집니다.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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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V뉴스레터 vol.4] [TALK] “우리의 어지러운 근심과 진심” - 피칭제도를 통해 본 독립다큐멘터리 환경 (3)
뉴스레터 자료실 / 2016.10.28

 

[한국독립영화협회 뉴스레터 vol.4 : 161031]   

 

 

 ※ (2)에서 이어지는 토크 (3)편입니다. 

 

박경태 : 독립피디들이 올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서도 점검해야 해. 방송에서 외주제작 시스템 말고 저작권 보호 가능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해. 지금 한국의 방송국은 독점 구조잖아. 해외 CBS, BBC, PBS 같은 경우 마케터들이 나와서 찾으러 다닌다고. 그런데 KBS, MBC 그럴 이유가 없거든. 독립피디들이 저작권 보호 받으면서 먹고 살 수 있는 제작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힘든 상황에서 저작권을 보호받으면서 작업할 수 있는 것이 영화가 된 거지. 이들은 여기에 가능성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거야.

 

경순 : 물론 처음 생겨날 때 문제의식이 없었던 건 아니라고 봐. 독립다큐라는 게 대중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그걸 고민하면서 지금 방식이 된걸 텐데, 그게 나빴다고는 보지 않지만 너무 상업적인 방향으로 가면서 문제의식을 느끼는 거지. 나는 사전 기획 단계에서 저작권 문제나 신진감독들의 피해 문제를 제외하면, 공개 발표 자체가 나쁜 건 아니라고 봐. 특히 다큐는 사회적 의제가 많기 때문에 관련분야 사람들과 정보공유를 위한 공개발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게 어떻게 보면 배급과도 관련이 있고 홍보를 할 수 있는 거지. 이건 대안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거니까 그렇게 들어줘. 예를 들면 이런 거야. 영화제에서 제작지원 작품 공개발표가 있다고 했을 때, 투자할 사람에 한정된 게 아니라 작품과 관련 있는 학교, 단체, 기자들을 초청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거지. 이러면 좀 생산적인 공개발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 거야.

 

김경만 : 피칭이건 아니건 명칭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고, 공개적인 발표라는 형식을 통해 경쟁을 시켜서 돈을 주는 거 자체가, 거기서 골라지는 선택지가 협소하다는 게 문제지. 그래서 계속 얘기를 하는 건데. 사람을 뽑아서 발표를 하는 건 알아서 선택할 문제야. 하지만 흐름이나 제도가 새로 영화 만드는 사람들에게 문제의식을 가지고 생각해 볼 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거지. 모두 알고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양성의 문제거든. 결국 독립영화가 기대고 있는 게 다양성이란 측면인데, 그걸 깎아 먹고 있는 게 시장의 확대니까 시장에서 선택되는 게 항상 팔기 쉬운 거잖아. 물론 독립다큐 중에도 거기에 선택될 수 있는 사람들 있어. 하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들은 앞으로 많이 도태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런 영화는 앞으로 더 만들어지기가 힘들어질 거라고. 그랬을 때 우리가 보지 못할 영화들은 어떤 걸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거지. 그걸 알기 위해서는 새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다른 형식의 영화를 많이 봐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다른 가능성은 생각할 수가 없겠지. 그 정도만 공유되어도 나는 좋겠다고 생각해. 그 정도도 공유되어있지 않다고 나는 보는 거야. 특히나 신진에게는 워낙 생존의 길이 좁으니까 피칭이라도 해서 영화를 만들고 지속 하는 게 중요하겠지. 피칭을 없애자는 얘기도 아니야. 전체적인 흐름과 경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거야. 특히나 이런 마이너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한테는 정체성 측면에서.

 

 

 

▲ 왼쪽부터 경순 감독, 박경태 감독, 김청승 감독

 

 

 

김청승 : 지금 우리가 하는 얘기들, 완전 신진작가들이 아닌 이상 알고는 있을 거예요. 자기모순을 느끼고 있을 거예요. 자기 작업의 방향과 작업을 하는 방식이 충돌할 거예요. 근데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건데, 언제까지 이걸 참고만 있을 거냐는 질문을 하고 싶어요. 다들 너무 바로 코앞만 보고 있는 것 같다는 거죠. 영화가 다양해지는 게 독립영 화의 가치 중의 하나라고 한다면 그 영화가 만들어지는 방식, 영화가 자본을 얻어내는 방식도 다양해져야 한다는 거예요. 근데 이걸 누가 해요. 다들 내 영화 만들어야 된다고 코앞만 보고 있는데. 저는 내가 만드는 영화가 대중영화나 상업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만족시킬 수 없는 영화란 걸 알아요. 하지만 지금 피칭 시스템은 불특정다수를 위한 영화를 지향하고 있고 참여자들도 그런 방향으로 영향을 받을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독립피디들이 지향하는 바와 독립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지향하는 바가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을 하는데 지금 이게 섞여 있는 거잖아요. 적어도 독립영화를 한다면 독립다큐멘터리스트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는 것 아니냐, 가끔 그런 질문을 해요. 그럴 때 꼭 독립이라고 해야 해? 나는 그냥 다큐멘터리스트, 이런 식으로 대답한단 말이죠. 특정 단어를 떼어내 버리는 것이 자기모순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 돼버리는 거죠. 이게 쌓여갈 때 제작환경이나 우리가 만드는 영화들이 어떻게 변해갈지 걱정이 많이 됩니다.

 

경순 : 많이 걱정되지. 그게 사실 가장 심각한 문제인거지, 존재 이유 자체에 대해서. 우리가 지금 얘기하는 문제들, 피칭이 만들어낸 문화열풍 때문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게 다 피칭 때문일까는 생각해봐야 해. 개인적으로는 독립영화, 특히 독립다큐멘터리 하는 사람들이 고민하는 장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 풀이 너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봐. 옛날에는 한독협의 다큐분과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독립다큐가 한독협 다큐분과로만 묶이진 않거든. 이런 의견이나 분위기를 모아낼 수 있는 풀이 없어.

 

김청승 : 한예종 친구들, 신다모, 한독협 다큐분과 등 풀이 없다기보다는 풀이 너무 다양해진 거 아닐까요? 요즘 영화제나 뒷풀이 자리 가면 그룹별로 앉아 있잖아요. 각 그룹별로 서로 모르는 사이가 아닌데 따로따로 교류하고 있다는 거, 그게 이전과 달라진 지점이라고 생각을 해요.

 

경순 : 그게 환경이 달라졌다는 걸로 볼 수도 있어. 예전에는 혼자 영화를 만들었다면, 2000년대 전후로 영화가 흥행하면서 중고등학교까지 영화과가 생겨났잖아.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거지,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내가 말하는 풀이란 건, 달라진 환경에서 우리 존재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얘기를 나누고 흐름을 공유할 틀이 없다는 거야, 각자 얘기들은 되게 많으면서도.

 

김청승 :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그런 근본적인 질문을 꺼내는 걸 조심스러워하는 거 같아요. 반면에 제작지원 정보, 피칭 정보는 활발하게 주고받는다는 거죠.

 

박경태 : 나는 워낙 고립되어 있어서 잘 모르지만, 김청승 감독이 페이스북에 글을 쓰면 우르르 이야기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웃음). 지니고 있는 생각들을 좀 더 공개적으로 나눴으면 좋겠어. 여러 단위가 다양하게 생겨나는 상황에서 각 단위의 요구들로 전파진흥원이나 콘텐츠진흥원, BCPF 등등 기관과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외부에 있다는 거야. 전략적으로 우리가 지닌 문제들에 대해 노력을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토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객관적 데이터를 모으고 실태조사도 하고. 독립다큐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고 처한 위치나 상태도 다 모르잖아. 비판을 뒤에서만하지 않고 구체적인 팩트와 대안, 전략을 위한 공론화가 중요해.

 

경순 : 경만이 얘기했던 영화의 다양성이 없어지고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이 사고할 수 있는 환경이 협소해지는 것이 큰 문제의식이야. 기존에 작업하던 이들은 힘들다고 해도 각자 만들던 방식이 있기 때문에 크게 흔들리지 않지만 신진들은 다르다는 거지. 이 문제가 우리가 짚어야 할 문제들 중에 정말 중요한 문제다, 피칭을 없애냐 마냐가 아니라. 우리랑 똑같은 환경에서 영화를 만들라는 게 아니고 그들이 생각하는 새로운 고민을 파고들 수 있도록 우리가 어떻게 환경을 만들 것인가, 그러려면 우리가 모여야 하는 거지. 모여서 논의를 깊이 있게 해야 하는 거지.

 

김청승 :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있어야 되는데 없잖아요, 자생력이. 상대가 기업이 됐건 정부가 됐건 다 기대고 있으니까. 우리가 가진 게 너무 없고 한정적이다 보니까, 피칭이건 뭐건 쇼를 하라 그러면 할 수밖에 없고.

 

경순 : 제도가 없어서 영향 받는 것도 있지만 제도와 무관하게 우리가 만들어낼 건 없는가도 고민해야 돼. 지원에만 의존하면 만날 휩쓸릴 수밖에 없고. 우리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할 건지. 다들 힘든 상황이지만, 아이디어를 모으고 서로 조금씩 투자해서 생산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거지. 지금 영진위, 문제가 많아. 그렇다고 계속 영진위하고 싸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거야. 빈틈에서 정책적으로 대안을 만드는 게 필요해. 생각들을 모으면 아주 방법이 없지 않다고. 우리가 네트워크를 안 만들어서 그런 거지. 시작을 어디서부터 할 것이냐. 이게 문제지. 경태가 이야기하는 것도 아이디어가 좋은 게 많단 말이야. 오늘 멤버가, 사실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었던 멤버야. 우리가 당장 어떤 대안을 만들지는 못해도 어떤 환경과 어떤 분위기로 할 수 있는지 느슨한 대화모임이라도 했으면 좋겠어. 조직, 명칭이 중요한 게 아니라 비공식, 수다, 이런 식으로 생각 있는 사람들 먼저 모여서. 다들 그런 고민 있잖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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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V뉴스레터 vol.4] [NEWS] “독립영화 안에서, 따로 또 같이” - 한독협 회원가입 안내
뉴스레터 자료실 / 2016.10.28

[한국독립영화협회 뉴스레터 vol.4 : 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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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V뉴스레터 vol.4] [INTERVIEW] “10년과 1년, 그리고 열여덟 살의 한독협” - 이지연 사무국장 (1)
뉴스레터 자료실 / 2016.10.28

[한국독립영화협회 뉴스레터 vol.4 : 161031]   

 

 

  인터뷰이이지연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인터뷰어차한비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원)

  진행 및 정리차한비, 김주현, 성상민 (ACT!편집위원회)

 

  일시2016829일 월요일 저녁 7

  장소한독협 사무실

 

 

  지난 8 29일 월요일,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 사무국 회의실은 하루 종일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후에는 한독협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를 진행했고, 저녁에는 [ACT! 100]에 실릴 기획대담이 열릴 예정이었다. 한독협 사무국원이자 올해부터 ACT!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기획대담 질문지라기보다는 일기나 편지에 가까울 법한 종이 한 장을 출력해두고 설렘 반 긴장 반으로 대담을 기다렸다. 한독협에서 이제 막 1년을 보낸 필자에게 이지연 한독협 사무국장은 가장 가까운 선배이자 동료 중 한 명이기에 대담 형식의 대화 자리가 낯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평소와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어느덧 여름은 막바지에 다다르고, 한독협 창립기념일인 9 18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때였다. 10년차 사무국장과 1년차 사무국원이 마주 앉아, 2016년 올해 열여덟 번째 생일을 맞이한 한독협에 대해 각자의 생각과 고민을 편안하게 나누었다.

 

  

주현·ACT!: 우선 근황부터 얘기해보자.

 

차한비(이하 한비): 일 열심히 하며 지내고 있다. 연애도 안 하고(웃음).

 

이지연(이하 지연): 방금 전에 한독협 중앙운영위원회 회의가 끝나서 진이 다 빠졌다(웃음). 한독협의 모든 사업과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하는 회의다.

 

주현·ACT!: 한독협이 하고 있는 활동을 대략적으로 소개해준다면.

 

지연: 한독협은 서울독립영화제인디다큐페스티발 2개의 영화제를 주최하고, 비평지 『독립영화』 발간 및 여러 상영사업을 진행하며, 독립영화 DVD와 관련 서적 등을 판매하는 독립영화 웹스토어를 운영한다. 또한 영화정책에 대한 논의 및 제언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회원조직이기 때문에 회원사업도 진행한다. 몇 해 전부터 회원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회원의 날을 열었고, 올해부터는 독립영화의 날로 명칭을 변경하고 회원 및 비회원 독립영화인들의 활성화를 위해 각종 강의와 토론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각 사업별 집행단위와 회원단위인 각 분과 운영위원, 대표, 사무국이 중앙운영위원회를 통해 위 사업들을 공유하고 사안마다 논의한다. 사무국은 위 사업들의 메인 실무와 서포트를 담당한다.

 

한비: 얼마 전부터 뉴스레터도 발행한다(웃음)!

 

지연: 올해부터는 한비 국원의 활동력 덕분에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던 한독협 뉴스레터를 다시 발행할 여력이 생겼다. 지금 3호까지 나왔다. 그 외에 각종 다양한 민원업무도 사무국의 일 중 하나다(웃음).

 

[한독협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리고 2009]


  

 

 

주현·ACT!: 두 사람 모두 어떻게 처음 한독협에서 일을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한비: 이전부터 사람이 많지 않은 극장을 좋아했다(웃음).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오면서 매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낼 때, 혼자인 듯 아닌 듯 조용히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후회하지 않아> <은하해방전선> 등을 시작으로 독립영화를 처음 접하게 되고, 주로 <두 개의 문>, <경계도시>, <왕자가 된 소녀들> 등의 다큐멘터리를 보기 위해 인디스페이스에 갔다. 그럼에도 인디스페이스의 휴관 상황이나 한독협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친구의 소개였다. 현재는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팀에 있는 친구인데, 그 당시에는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마침 한독협 사무국원 자리가 비어있는 상황이었고, 그 친구를 통해 면접 제의를 전달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전까지 직업이나 직장에 대해 큰 기대가 없었다. 한독협에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신기할 정도로 하는 일도 재미있고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도 좋다.

 

지연: 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일을 하던 중에 <씨네21>에 실린 퀴어아카이브 정기상영회 자원활동가 공고를 보고 무턱대고 연락했다. 당시 하던 일이 시간이 많이 남는 일이어서 퀴어아카이브 정기상영회에는 놀러가는 기분으로 참여하다가, 그곳에서 만난 분들의 인연으로 제27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스태프로 참여했다. 그러고 나서 다음 해인 2002년에 계간지 『독립영화』를 담당할 사무국원으로 한독협에 정식 입사했다. 독립영화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 활동을 시작했다기보다는, 재밌는 사람들과 함께 놀고 싶고 신기한 영화들을 보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케이스다.

 

주현·ACT!: 2000년대 초반 한독협의 상황은 어떠했나. 당시 한독협의 분위기나 상황이 궁금하다. 이제 막 시작한 후배 활동가로서는 디테일하게 알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연혁이나 관련 자료들은 남아 있다고 해도 당시의 분위기까지 기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니까.

 

지연: 방금 말했듯이 개인적으로 독립영화 활동에 깊은 고민을 갖고 시작한 경우가 아니라서 나 역시 당시의 분위기를 예민하게 감지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 무렵 한독협은 분명히 어떤 흐름에 놓여있었다. 선배들이 오랫동안 독립영화진영에 필요한 사업과 정책에 대해 고민해 왔던 것들이 실제로 하나 둘씩 실현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내가 한독협에 들어온 2002년에는 한독협 정책팀에서 논의해 오던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가 개관했다. 김대중 정권 시기였고 지원을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기조 아래 사회적으로 문화예술분야 지원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던 때였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구상하고 계획해오던 것들이 차츰 실현되던 때였던 것 같다.

 

  당시 한독협 사무국은 국장, 차장, 배급팀장, 국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배급팀장이라는 직함 자체가 한독협이 독립영화 배급에 있어 오랜 시간 꾸준히 고민해왔음을 의미한다. 배급팀에서 배급위원회, 배급지원센터로 확장되면서 독립영화배급을 두고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공동체 상영은 물론, 배급 활동가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했고, 2007년에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를 개관했다. 인디스페이스가 개관하면서 독립영화 홍보배급사들도 생겨났다. 배급지원센터는 단순히 인디스페이스만을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독립영화 배급 및 환경에 대해 고민했던 기구인 것이다. 하지만 이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주현·ACT!: 어떻게 보면 그때가 정말 호시절이었던 것 같다. 계획을 세우면 진행이 되고, 지원을 받고, 정말로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했던 시기이지 않나. 당시와 현재의 활동을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지연: 내가 늙은 것(일동 웃음)? 2009년 감사원의 감사 이후 한독협이 위탁 운영하던 미디액트와 인디스페이스가 한독협과 분리되었다. 한독협의 사업이 이 두 사업에만 한정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년간 집중해 오던 사업이 분리되고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상상하고 꿈꿔왔던 것들이 이제 막 실현되고, 나아가 확장되어야 할 시기에 뚝 끊겨버렸다. 처음 한독협에 들어올 당시에는 선배들을 따라서 마냥 즐겁게 움직였는데,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 닥치자 국장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막막하더라. 특히 2009년 감사 이후 단위들이 분리되고 함께 활동하던 활동가들도 그만두면서 정말 모두가 힘든 상황이었다. 그때 무너진 것을 수습하고 복구하는 것이 급했던 터라, 그동안은 활동의 방향과 비전의 전망을 가질 새도 없었다. 나 말고 좀 더 강단 있는 국장이 있었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웃음). 최근 몇 년이 되어서야 독립영화 환경과 한독협 방향성에 대해 여러 고민이 든다.

 

한비: 다른 사람들이 말하듯 나 역시 2009년 이전이 아름다운 시절처럼 느껴지고, 그때의 일하는 재미가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호시절이라고 부르는 그때보다는, 그 이후 모두가 힘들었다는 시기에 같이 일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국장님을 포함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때니까. 옆에서 당시의 경험을 함께 나누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 상상을 해보게 된다. 그런데 말하다보니 딱히 아쉬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앞으로도 힘든 일은 계속 올 텐데(웃음)!

 

[2016 9 18, 열여덟 살이 된 한독협]


  

 

 

한비: 이제 곧 9 18, 한독협의 열여덟 번째 창립기념일이 다가온다. 작년에는 창립일에 특별한 무게감을 느끼지 못했는데 올해는 좀 다르다. 요새는 밖에 나가도 스스로를 한독협 사무국원으로 소개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도 나에게 한독협 또는 독립영화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럴 때면 내가 한독협의 일원으로 움직이고 있구나 싶다. 올해로 한독협은 열여덟 살이 되는 셈인데, 사람으로 치면 곧 스무 살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최근의 고민을 묻고 싶다. 한독협 사무국 그리고 국장님이 가장 크게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연: 오늘 대담 준비를 하며 한비가 준비한 질문지를 보고서야 곧 9 18일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20대부터 30대를 한독협에서 다 보냈는데, 이제 점점 감회가 사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한 해 한 해가 빠르게 지나간다. 그런데 이번 질문은 대답하기가 어렵다. 질문에 뭐가 많이 섞여 있다(웃음).

 

한비: 사실 여러 가지 입장과 감정이 섞여서 질문이 정리가 잘 안 된다. 나에게 국장님은 내가 속한 조직에서 대표성을 띤 인물이자 10년이 훌쩍 넘는 경력을 가진 선배 활동가다. 어떤 부분에서는 조심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속마음 터놓으며 술 한 잔 마실 수도 있는 사이다. 비단 업무뿐만이 아니라 인생 선배 같은 느낌이랄까(웃음). 국장님은 나에게 훌륭하고 멋진 예시가 되어주기도 한다. 당신처럼 되겠어! 라기보다는 이런 삶도 있구나, 만나서 참 반갑고 좋다, 그런 기분이다.

 

상민·ACT!: 영화제에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다른 조직은 아무리 영화 일을 한다고 해도 위계질서가 느껴진다. 그런데 한독협은 그런 느낌이 별로 없어 보인다.

 

지연: 우리도 위계 있다! 특히나 난 더 권위적인데 말 안 듣는 차한비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다(웃음). 한비의 질문을 받으며 여러 고민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마흔을 앞두고 있는데, 서른이 될 때와는 다른 것 같다. 가족 문제라든지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개인적인 상황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책임을 피할 수 있던 문제들이 더 이상 외면할 수만은 없게 되면서 한꺼번에 부담이 찾아온다. 한독협을 그만두고 돈 많이 버는 일을 할까 싶지만, 그런 일도 없고 그런 곳이 있다고 해도 날 써주진 않을 거다(웃음). 나에게 한독협은 단순히 오랫동안 일했던 곳이 아니라, 2-30대를 온전히 보내온 곳으로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형성된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살아온 내가 새로운 곳으로 가서 한국사회가 지닌 조직문화와 위계질서에 적응하고, 우선순위가 뒤바뀐 삶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직면한,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인생의 고비들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다.

 

  그 가운데 한독협 활동에 있어서는 현 대표인 고영재 이사장과 사무국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이전까지는 사건별로 수습을 해오기 바빴다면 지금은 고민과 전망에 대해 나눌 수 있는 단위가 생긴 느낌이다. 그런 때에 한비가 던져주는 질문들은 국장으로서 여러 고민이 들게 한다. 그 고민은 독립영화 전체 환경에 대한 것도 있지만, 한독협 활동가들의 전망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구조가 필요하고, 그 구조는 하루 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 한비가 한독협에서 활동한지 1년 정도 되었는데, 힘든 와중에도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오래 일한 나와 선배들도 새로운 기운을 받는다. 한비가 툭툭 던지는 크고 작은 질문들이 관습화된 내 활동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긴장도 되고(웃음). 이러한 기운을 이어갈 수 있는 활동과 구조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요즘의 고민이다.  

 

[한독협의 필요성, 또는 '독립영화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

 

한비: 질문 정리가 어려운 김에,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하나씩 물어보려고 한다(웃음). , 국장님은 한독협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지금의 나는, 내가 한독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독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독협에 들어와서 가장 크게 놀란 점은, 한독협이라는 존재를 몰랐던 시기에도 내가 한독협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스무 살이 되고 대학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상시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이 있었고, 영화제는 물론 크고 작은 규모의 상영회가 열렸으며, 내가 원하면 DVD든 책이든 아카이빙 된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는 여건이었다. 그런데 한독협에 들어오고 나니 이 모든 것들이 원래부터 있던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모르는 어느 곳에서는 오래 준비하고 끊임없이 시도해서 실제로 만들어낸 사람들이 있던 거다. 때문에 관객으로서든 창작자로서든, 그리고 활동가로서든 한독협은 필요하고, 앞으로도 한독협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독협의 존재 이유나 독립영화의 정의에 대해서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 국장님은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하다.

 

지연: 독립영화가 무엇이냐, 라는 질문은 1998년 한독협 창립선언문 첫 문장과 같이 현재도 여전히 난처하고 진부한 질문이다. 내가 활동을 하면서도 오랫동안 받아왔고, 날 괴롭혔던 질문이기도 한다. 한비처럼 선배들에게 역으로 오랫동안 질문하기도 했다. 독립영화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독립영화는 현재도 이후에도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고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문장으로 규정하는 것은 확장성과 다양성에 있어 위험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거나 독립영화의 정신 또는 가치에 있어 차이를 보이고 논쟁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한독협 창립선언문에 명시된 독립영화의 독립이란 흔히 말하듯 검열을 거부하고 자본을 적게 쓰는 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독립은 그 무엇을 위한 일일 때 그 의미가 완성된다. 화려하고 기름진 화면보다는 치열하고 정직한 장면들로 새로운 영상언어를 만들기 위해, 우린 상투적 영화공식에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한 사람의 인권, 소수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우린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는 문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 역시 독립영화가 무엇인가현재 한독협의 방향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될 때 저 문장을 떠올리곤 한다. 저 문장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독립영화이고 한독협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창립 이후 현재까지 독립영화를 둘러싼 환경은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 20여 년 전에는 없던 다양한 형태의 자본이 독립영화 진영에 유입되고 그 자본은 일종의 권력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독협의 존재 이유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독립영화는 다양하게 확장되어야 하지만, 새롭게 유입되는 자본과 권력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것이 한독협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봐온 한독협과 독립영화인들은 그동안의 지원과 자본이 권력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의심했고, 우리의 가치와 다를 경우 미련 없이 거부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를 근거로 독립영화를 확대해가는 것, 그것이 한독협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때론 방향에 대한 이견이 있고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지만, 그럴 때 독립영화인들이 한독협을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거다(웃음). 논쟁하고 논의하며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함께 노력하면 된다.

 

상민·ACT!: 관련해서 질문을 해보면 최근 영화 시장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예컨대 CGV아트하우스라는 거대 자본과 연결되는 독립영화가 나오면서 독립영화 사이에도 조건적인 격차가 벌어지고 있지 않나.

 

지연: 지난번 [ACT! 99]에서 진행한 인디스페이스 기획대담에서도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2009년 감사 이후 해소한 한독협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가 현재까지 이어졌다면, 하는 아쉬움과 활동에 대한 반성이 있다.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가 모든 독립영화 배급 현실의 정답은 될 수 없겠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까지 오도록 그냥 두진 않았을 것이다. 배급지원센터가 해소되고 나서 환경의 악화와 단절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질문에서 말한 것처럼 현재 영화계 상황과 한독협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이 많다.

 

  한편으로는 한독협 내의 회원들도 활동이나 생각, 연령대 등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몇 해 전부터 신규 회원들의 가입 이유와 한독협에 바라는 바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회원가입신청서에 다양한 질문을 포함시켰다. 독립영화인들과의 네트워크와 독립영화 활동의 지속을 위한 목적이 가장 많은데, 네트워크 방식이나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도 원하는 것이 다양하다. 한독협 초창기에 가입한 기존 회원들과 최근 가입한 회원들을 비교해보면 독립영화한독협에 대한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환경이 변하고 연령대가 달라지니 당연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회원사업을 하며 기존회원과 신규회원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도 고민인데, 내 입장에서는 오래 봐온 편한 감독과 선배들이 이제 막 독립영화를 시작하는 회원들에게는 간혹 선생님이기도 한 상황이더라. 술자리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룹별로 모여 있다(웃음). 꼭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신진 감독과 활동가들에게 한독협 자체가 어렵고 권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독립영화진영에도 여러 단체나 네트워크가 생겨났는데, 처음엔 왜 한독협에 가입하지 않고 새로운 단체를 만들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더 많이 생겨나야 하고. 회원가입 유무를 떠나 독립영화로 연대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다. 물론, 회원가입을 많이 하면 더더욱 좋고(웃음). 

 


 

본 인터뷰는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 ACT!] 100호 ‘기획대담’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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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V뉴스레터 vol.4] [INTERVIEW] “10년과 1년, 그리고 열여덟 살의 한독협” - 이지연 사무국장 (2)
뉴스레터 자료실 / 2016.10.28

[한국독립영화협회 뉴스레터 vol.4 : 161031] 


 

 ※ (1)에서 이어지는 인터뷰 (2)편입니다. 

 


[한독협과 한독협 활동가로서의 나]

  

한비: 한독협은 독립영화단체들 사이에서, 사회 내에서 어디쯤 위치해 있을까. 밖에 나가면 한독협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나아가야 한다는 뜻은 알겠지만, 정작 출근해서 보면 우리 너무 바쁘다. 밀려드는 일들을 처리하고 스케줄을 소화해내는 것만도 대단하다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무얼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한국독립영화협회라는 명칭에서부터 한독협은 일종의 대표성과 상징성을 지닌 셈이고, 그러다 보니 한독협은 어떤 사안에 있어 화두를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사무국 내에서 대내외적으로 가장 전면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사무국장은 그런 부분들이 좀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지연: 선배활동가에게 후배활동가가 물어본다는 컨셉의 이 기획대담은 참 어려운 것 같다. 내가 질문을 하거나, 또는 한독협을 잘 모르는 매체의 기자가 질문을 하면 뻥도 좀 치고 포장도 할 텐데 그게 안 되네. 한마디 한마디가 어렵다(웃음).

 

주현·ACT!: 한독협의 공식 입장이라기보다는 개인적으로 국장님께서 평소에 생각하거나 고민했던 내용을 말하는 자리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웃음). 말이 나온 김에 방금 했던 질문에 대한 한비 씨의 답도 듣고 싶다.

 

한비: 글쎄, 주현 씨도 미디액트에서 일하고 있으니 공감할 텐데, 사실 활동가라고 하면 일을 정말 많이 할 수 있지 않나. 무슨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일은 끝나지 않고 계속 있다. 활동이란 건 멈추지 않으니까. 그리고 여기는 현실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을 수 없는 구조니까. 하지만 내 일을 늘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데에만 몰두하면 결국 체력은 바닥나고 나라는 사람의 생활은 사라지는 상황이 올 거다. 그래서 요즘은 우선순위에 대해 고민한다. 일을 할 때 무엇을 우선에 두어야 할까, 만족과 불만족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생각한다. 큰 그림을 그리고 방향을 잡아 나간다면, 단순히 매일매일 열심히 하는 것이 목표의 전부는 아니게 될 것이다. 그런 고민 중에 나온 질문이기도 하다.


 

 

 

지연: 지난 14년 동안 한독협에 있으면서 조직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몇 번의 힘든 상황이 있었다. 그 상황 중 일부는 한독협과 내 삶이 쉽게 분리되지 못하면서 발생한 문제였다. 일할 때도, 놀 때도, 쉴 때도 항상 여기 있는 이들과 함께했다. 물론, 내가 원해서 그랬던 것이다. 가족이나 다른 친구들보다 더 가깝게 지내며 위로받고 의지했다. 그 시간이 오래 이어지면서 삶의 방점이 한독협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다 감사 사태가 터지고 붙어 지내다시피 했던 활동가들이 그만두는 것을 보면서,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아서 정말 막막했다. 모두가 처음 겪는 어려운 상황이었으니 다른 선배들도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지연 개인과 한독협을 분리하지 못한 와중에 한독협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는 상황과 사람에 대해 원망을 하게 되더라. 외롭고 답답한 마음이 가중되자 공황장애 비슷한 증상이 와서 안식월을 다녀오기도 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선지 지금도 당시의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 증세가 있다. 어쨌든 그러고 나서부터 한독협과 개인을 조금씩 분리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사무실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한 순간부터는 한독협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한독협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조직의 어려운 상황을 개인의 무능력으로 자학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러면서 활동가로서 방만해진 구석도 있겠지만, 한비도 그런 면에서 한독협과 밀당을 잘 했으면 좋겠다(웃음). 개인 차한비와 활동가 차한비로.

 

  한비의 질문처럼 한독협이 지닌 대표성과 상징성이 존재하고, 그러한 조직의 국장으로 지내다 보니 여러 사람에게 많은 의견과 질문을 받는다. 앞서 말한 힘들었던 시기에는 그러한 의견과 질문이 모두 공격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공격적으로 느껴지는 질문이라 하더라도 그 질문 속에는 질문하는 이의 요구 혹은 욕구가 담겨 있다. 질문하는 이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묻고 대화하고 공유하고 논의하면 된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내 상태나 에너지에 따라 반응도 다르다(웃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현·ACT!: 사실 한독협은 사람들이 의지할 수밖에 없는 곳이 아닌가 한다. 물론 사무국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할 수는 없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대화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비: 내가 보기에 한독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회원으로 이루어진 조직이라는 점이다. 특정 한두 명의 목소리로 이끌어지는 곳이 아니고,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 때는 회원 전체에게 묻는다. 따라서 한독협은 회원들과 고민을 나누고, 회원들이 각자의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기획하고, 거기서 진행된 논의를 통해 서로를 끌어주고 돕는 형태의 조직이 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명확한 해결방안이나 답을 내려주기를 원하는 요청이 들어오면 아득해질 것 같다.

 

지연: 맞다. 정말 아득해진다(웃음). 하지만 질문마다 하나씩 풀어 가면 된다. 그 문제가 우리가 이미 논의하고 있던 것이라면 논의의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새롭게 고민할 사안이라면 고민을 시작하면 된다. 그 논의와 고민은 사무국 혹은 사무국원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우리가 할 일은, 각자가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열고 그 내용을 실무로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원을 포함한 독립영화인들의 욕구와 욕망을 공론화하고 확장시키도록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태도가 우리의 역할인 것 같다.

 

한비: 내가 소통이 서툰 탓일까, 우리가 서로를 향한 관심을 좀 더 세심하게 보여주지 못하는 탓일까. 최근에 한독협은 요즘 뭐 해? 라든지 한독협은 왜 그렇게 했어? 라는 자연스러운 질문에도 괜히 막 서운했던 것 같다. 기획대담인데 본의 아니게 투정부리는 자리가 되고 있다(웃음).

 

[이곳에서 일을 한다는 것, 우리가 바라는 한독협]


  

 

한비: 이제 마지막 질문을 해야겠다. 어떤 느낌인가, 10년 넘게 이곳에서 일을 한다는 건. 조직마다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이것은 또 다른 어려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낯간지러운데 정말 빈말이 아니고, 나에게 국장님은 대단한 사람이다(웃음). 존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 한독협 사무국은 국장-차장-국원이라는 직책과 서열이 있는 조직이지만, 모두가 활동가라는 공통의 정체성을 공유한다. 때문에 단순히 출근과 퇴근으로 업무와 생활이 분리되지도 않고, 우리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도 여러 가지가 섞이기 마련이다.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받기도 하지만 피로도 누적된다. 기쁘고 신나는 순간만큼 지치고 무력하다고 느낄 때도 많았을 텐데, 지금까지 계속 일을 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지연: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면, 사건사고와 새롭게 들어온 차한비(웃음)? 10년을 넘게 있다 보니 지켜보고 겪은 일들이 참 많다. 크고 작은 일들을 그때그때 수습하고 대응하면서 지난 시간들을 보낸 것 같다. 물론 나 혼자 했다는 말은 아니다. 장시간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여태까지 올 수 있었다. 나를 놓고 보면, 그동안 항상 시급한 사안들에만 급급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내가 갖춘 능력이나 개인적인 성향 상, 큰 그림을 그리고 장기적인 비전을 만드는 면에서 부족하지 않나 싶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직적인 고민이 생긴다. 내가 오랫동안 한독협에 있으면서 조직적으로는 안정적인 면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분명히 내 위주로 형성된 불합리한 구조가 있을 것이다. 또한 비전을 세우거나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개인 능력과 성향이 반영된 한계가 있을 것이다. 사무국장으로서의 근본적인 고민은 이런 생각과 맞닿아 있다. 내가 언젠가 그만두더라도, 한비처럼 시작하는 활동가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다. 마음이 그렇다, 능력은 다음 문제(웃음).   

 

주현·ACT!: 대담 마무리하면서 한 마디씩 하면 좋겠다. 한독협이 앞으로 어땠으면 좋겠는지,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한비: 앞으로도 내가 계속 좋아할 수 있는 한독협이면 좋겠다(웃음). 서로 정 떨어지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지연: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웃음)?

 

한비: 열심히 잘(웃음)! 지금은 뭐니 뭐니 해도 일을 못할 때가 제일 속상하고 힘들다. 못해서 힘들고 싫으면, 잘하면 해결되지 않나. 열심히 해서 하겠다.

 

지연: 앞으로도 차한비 활동가와 친하게 지내보겠다(웃음). 계속해서 질문도 고민도 많이 나눠주시라. 요즘 뉴스레터를 포함해 여러 실무를 진행하느라 고생이 많은데 어떤가. 뭐 불만사항은 없고(웃음)? 하반기에도 사무국 스케줄이 무척 빡빡하다. 진행하고 정리해야 할 일들이 많다. 조만간 사무국 전체적으로 논의해 보자. 아무쪼록 앞으로도 부족한 국장과 한독협 잘 부탁한다.

 

 

  불만사항은 대담 종료 후 따로 말씀드리겠다고 농을 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웃으며 일어나기는 했지만, 실은 대담 후반부쯤 이지연 사무국장이 내가 언젠가 그만두더라도 라며 이야기를 꺼낼 때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지금 당장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것도 아닌데 괜히 상상만으로도 슬펐다.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조직은 저마다의 힘을 갖는다. 그리고 식상하지만 그 힘은 당연하게도 사람들이 쌓아올린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이날 진행된 대담에서 이지연 한독협 사무국장이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아마 고민마음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두 단어를 사용한 빈도가 아니라, 그 말에 담긴 무게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민하는 마음, 그것은 정성스레 가꾸어가는 마음이자 쉽게 실망하거나 도망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다.

 

  사실은 알고 있다. 다른 누군가와 마찬가지로 이지연 사무국장 또한 한독협을 그만 두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1년차 사무국원인 필자로서는 지금이야 일을 못 해서 실수할 때가 제일 속상하지만, 언젠가는 일을 아무리 잘 해도 힘들어지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중요한 것은 그런 날이 온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때에도 사라지지 않고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힘이다.

 

  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여러 사람들이 모여 쌓아올린 힘. 그 안에는 이지연 사무국장이 지난 10년간 틈틈이 보태온 고민하는 마음이 있고, 지난 1년간 필자가 욕심 부린 잘하고 싶은 마음도 조금 들어가 있다. 마음의 힘이라니 독립영화 만큼이나 모호하고 종잡을 수 없지만, 그 힘들을 잘 모아서 열아홉, 스물, 그 너머의 한독협을 만나고 싶다. (끝) 

 

본 인터뷰는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 ACT!] 100기획대담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http://actmediact.tistory.com/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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